▣ 박상철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ustin22@hani.co.kr
지각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200대를 맞은 학생을 놓고 언론은 시끌시끌하지만, 인터넷 세상은 ‘때려주세요’를 외치는 아이들로 넘친다.
‘우리의 친구 네이버’ 카페 검색창에 [체벌]을 입력했다. 검색된 90여 개의 카페 중 ‘체벌반대 학부모 모임’ 같은 몇몇을 제외하면 모두 때리거나 맞는 것을 즐기는 이들이다. 이름하여 SM 모임이다. 카페 이름도 요란하다. ‘체벌을 사랑하는 노예들의 학교’ ‘체벌 매니아’ ‘초딩들의 체벌 커뮤니티’ 등.
내친김에 여기저기 가입도 해봤다. 남자는 받지 않는 카페도 있고, (확인은 불가능해도) 초딩만 모이는 카페도 있다.

한 카페의 가입 설명이다. ‘확실한 노예로 만들어주는 사이트! 관리가 철저한 사이트! 가입이 아니더라도 상담받고 싶은 분은 언제나 편하게 쪽지 주세요!’(얼씨구). 메뉴도 다양하다. ‘체벌 사진첩’ ‘체벌 소설’ ‘성기 체벌’… 이건 또 뭘까 ‘교환체벌 신청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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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해줄 사람을 찾는 20~30대도 있고, 내가 때려주마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 사진도 많다. 충격적인 것은, 적나라한 성기 사진까지 공개되는 이런 카페에 초등학생 회원들이 남긴 글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저는 서울 강남구 사는 13세 여자예요ㅋ 13세 이하 저와 교환체벌하실 분 쪽지 주세요~ㅋㅋ.” “가입했답니당ㅎㅎ 6학년이에요! 경험 엄슴ㅋㅋ.”
성인들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취향껏 누리겠다는 걸 말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청소년들, 특히 초등학생들은 다른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과정의 청소년들이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면 ‘육체적·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 어느 소아성애자가 ‘나도 6학년이야’라고 속이고, 아이들에게 접근한다면 무서운 일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홍보실의 이경률씨는 “반사회적인 게시물이 발견되면 블라인드 처리나 탈퇴 처리까지 가능하다”며 “금칙어 등을 사용해 막고는 있지만, 인력의 한계로 모두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초등학생도 1분만 뒤지면 수백 개의 야동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는 세상이 ‘인터넷 강국’의 진짜 모습이기도 하다. 온 세상이 바다이야기로 들끓고 있는 가운데, 우리 꿈나무들을 유혹하는 게 사행의 바다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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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글 :
지금 당신의 아이들이 변태 성욕자가 되어가고 있다. 당신은 알고 있는가? (http://wnetwork.hani.co.kr/kcocr97/2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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