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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국방부의 의식 상실로 판단됨

등록 2006-08-24 00:00 수정 2020-05-03 04:24

▣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러니까 그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던 것 같다.
지난 6월7일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추락한 F-15K의 사고 원인을 두 달 넘게 조사해온 공군은 “비행 도중 조종사가 갑자기 의식을 상실해 추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선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공군 쪽 멘트는 묘하게 핵심에서 비껴서 있다. 그들은 “갑자기 의식을 상실해 추락했다”고 말하는 대신 “추락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들은 비행기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고, 바다에서 건져올린 조종사 휴대용 비행기록 장치도 복구하지 못했다. 공군은 “사고가 왜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것은 기체나 엔진 결함이 아니다”고 덧붙이는 친절한 ‘센스’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보상금 물어줄 걱정에 똥줄 타던 보잉과 GE는 만세를 불렀다. 낮은 고도에서 전투기를 몰던 2명의 비행사가 왜 갑자기 (그것도 동시에) 정신을 잃었을까. 우리는 무능한 공군이 자신들의 무능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볼 뿐이다.

다시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보며 느끼는 마음은 착잡함이다.
‘전’ 서울디지털대의 교수 이명원씨. 90년대 중반 그는 김윤식 교수의 ‘표절’을 들춰냈고, 김현 등 4·19 세대의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며, 문학출판의 상업주의와 ‘주례사 비평’을 열심히 고발해왔다. 그 와중에 많은 심적인 고달픔을 느꼈는지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다녀와 부드러운 산문집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학교의 부당한 인사를 비판한 칼럼을 에 실은 죄로 교수 자리에서 지난달 쫓겨났다. 문학의 입에 재갈을 물려 학교가 얻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에 쓴 칼럼의 이름은 ‘대학, 비판적 지성의 무덤인가’였다.

그는 스스로를 “조선의 마지막 국왕”이라고 말했다.
문득 박정희 대통령의 양자로 들어가 이병철 삼성 회장에게 반도체 사업 진출 구상을 처음 밝혔던 ‘공화당’ 허경X 총재의 얼굴이 떠올랐다. 우리의 화제의 주인공은 중국 중서부 산시성 성도 시안에 살고 있는 돤스민(71)씨. 그는 급성 심근경색이 몰고 온 고통을 참으며 “나의 조상은 조선의 마지막 국왕이다”고 주장했다. 저물어가는 조선왕실은 혈통 보존을 위해 그의 고조 할아버지를 은밀히 중국으로 빼돌렸는데, 해마다 제사철이 되면 조선 왕실의 고관 대작들이 허베이까지 찾아와 통곡하며 제사를 올렸다고 한다. 중국 한류 바람을 타고 드라마 을 너무 진지하게 시청하신 게 아니신지. 안 그래도 조선에는 용꿈 꾸는 사람이 많아 정신없는데, 생활이 힘드시면 깔끔하게 계좌번호 불러주시는 게 어떠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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