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계삼 경남 밀양 밀성고 교사
이용석 선생님께
지난 8월4일 보충수업을 하기 위해 학교에 가 있던 중에 쉬는 시간마다 사이트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날 선생님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징계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를 보았기에 기다리던 참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어느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 마침내 뉴스가 떴더군요. “국기경례 거부 교사 정직 3개월 중징계….” 혹시 파면이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 걱정했던 터라 약간 안도가 되기도 했지만, 이내 다시 노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것은 선생님이 당한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제 자신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경쟁과 배제야말로 편향 교육
선생님, 실은 저도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습니다. 교직에 들어선 이후 한 번도 국기 경례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게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는 가슴에 손을 얹고 무언가를 바라는 행위 자체가 사무치게 싫습니다.
1년에 몇 번 전체 모임 자리에서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노라’는 맹세의 주문 속에 고요히 가라앉은 아이들을 보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저는 사람들 눈에 띄기 싫어 대열 맨 뒤쪽으로 빠집니다. 얼마 전까지는 김선일, 전용철, 홍덕표씨가 생각났고, 이제는 마흔 살 나이에 장가도 못 가보고 경찰 방패에 머리가 짓이겨져 한 많은 ‘노가다’의 삶을 마감한 하중근씨가 떠올라 마음 아플 것 같습니다.
선생님, 알량한 게 양심입니다. 제가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한 곳은 경기도였습니다. 사립학교 공채에 합격해서 발령 통지를 받고 학교에 들렀을 때 교감 선생님이 대뜸 제게 “전교조에 들 거야, 안 들 거야?” 하며 재우쳐 묻더군요. 공교육과 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그분이 우리 반 아이들을 불러서 제 수업 내용을 물어보는 일도 심심찮게 겪었습니다. 학교에 있다 보면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래서 저는 혼자서 지킬 수 있는 게 있다면 끝끝내 지키고 싶었고,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것도 그 일부였습니다.
선생님, 저도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수많은 세상 이야기를 나눕니다.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의아해합니다만, 선생님처럼 저도 그런 아이들에게 저처럼 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습니다. 아이들은 바보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인생이란 얼마나 복잡한 여정입니까. 그 숱한 계기 속에서 길어올린 제 세계관을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직선으로 뒤쫓아오게 하는 것은 제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일입니다.
도둑질을 가르치고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교사는 자신의 경험에 따라, 거짓 없이, 자기 생각을 드러낼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교단에 로봇을 세우지 않고 사람을 세운 이유입니다.
가 편향적 교육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지만 12년의 학교 교육이야말로 곧 경쟁과 배제, 침묵과 타율을 내면화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편향적 교육이 아닙니까. 아이들끼리 쓰는 말로 ‘니 코나 닦을’ 일입니다. 는 자신들이 지난 수십 년간 온 국민을 상대로 해온 ‘극우 편향 세뇌 교육’도 이 기회에 한번 생각해보기를 바랍니다.
그러니, 나도 고발하라
선생님, 얼마나 비열하고도 무서운 일입니까. 한국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언론이 일개 고교 교사 한 사람을 지면에서 뭇매를 때리고, 결국 징계로까지 몰아가는 이 형국은…. 선생님,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저 또한 일개 교사에 불과하지만 저도 선생님과 연대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가 최장집 교수의 사상을 검증하겠다고 소동을 피울 당시의 홍세화 선생 흉내를 좀 내야겠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위에서 밝혔다시피 나 또한 이용석 교사와 별로 다르지 않다. 그러니, 나도 고발하라. 나 같은 교사가 제법 될 텐데, 다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이런 것도 당신들 양심의 발로라면 할 말은 없는데, 당신 양심이 소중한 만큼 남의 양심도 소중하다는 것만은 좀 알아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당신들 나라 걱정하는 마음은 하늘도 감복하고 있으니 이제는 좀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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