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징크스[ji ks] 명사. 英. jinx.
재수 없는 일. 으레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으로 여겨지는 것. 대단한 행운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성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상황. 쌍방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한쪽 팀의 악운, 징크스는 다른 팀의 행운이다. 따라서 선악을 불문하고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을 일컫기도 한다. 한번 깨지면 징크스는 약발이 확 떨어진다.
2006 월드컵으로 ‘개막전 징크스’가 깨졌다.

징크스를 깼다기보다는 징크스가 조성되는 상황이 사라졌다. 개막전 징크스는 전회 우승팀은 자동으로 본선에 진출하고 개막전을 치르게 되는데, 이때 우승팀이 고전한다는 징크스로 2002년 월드컵에서 전회 우승한 프랑스가 세네갈에 패배한 것이 그 정점. 올해는 자동진출권이 사라져서 개최국이 개막전을 벌였다. 결과는 독일 승, 개최국이 승리한다는 새로운 ‘개막전 징크스’가 탄생할 조짐이 보인다.
징크스는 통계다. 개최지의 대륙에서 우승국이 나온다는 징크스는 통계에 따르면 ‘안일한’ 징크스다. 이 징크스가 깨진 것은 1958년 스웨덴 월드컵과 2002년 월드컵 정도라는데, 2002년 외에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의 나라에서만 개최됐고, 전통의 강팀 또한 남미와 아메리카의 나라인 만큼, 개최지와 우승이 한꺼번에 몰려다니는 것은 당연. 거기다 풍토와 기후가 익숙한 곳에서 기량을 한껏 발휘하는 것은 사람 몸이 하는 일로서는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경기가 기대된다.
징크스는 우연을 운명으로 바꾼다. 2006 월드컵도 깨지지 않고 그대로 지켜진, ‘징크스다운 징크스’도 꽤 된다. 전 대회 3, 4위 중 한 팀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이번에는 2002 월드컵에서 3위를 한 터키가 희생양이 됐다. 잉글랜드는 스웨덴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징크스가 있다. 잉글랜드는 1968년 이후 단 한 번도 스웨덴을 이긴 적이 없다(비긴 적은 많다). 두 나라는 2002년과 2006년 모두 같은 조에 편성됐는데 2002년에는 1-1, 올해에는 2-2로 비겼다. 이탈리아는 월드컵 승부차기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이번 독일과의 4강전에서 휘슬 불기 1분 전에 골이 터진 것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징크스를 극복할 수 없다는 ‘나약한’ 마음이 몰고 온 ‘강인한’ 투지의 결과는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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