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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스타] ‘욕플’ 한번 해볼까

등록 2006-05-26 00:00 수정 2020-05-03 04:24

▣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을 듣고, 소를 훔치려고 바늘부터 훔치기 시작한 기본에 충실한 새꺄~.” “졸라- 존나를 귀엽게 표현한 말. 존나를 말하긴 좀 그럴 때 졸라를 쓴다. 존나의 파생어는 촐라, 졸라, 쫄라.”
밝고 명랑한 인터넷 세상을 위해 ‘욕플’(욕설 댓글)과 ‘악플’(악성 댓글)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신나게 욕을 해도 좋고, 욕을 잘할수록 추천받는 곳이 있다면? 니미럴닷컴(nimiral.com)은 ‘어떤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표방한다.

검색 사이트 ‘구글’을 패러디한 니미럴닷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모든 욕을 검색해 보여주겠다”는 포부다. 니미럴닷컴이 욕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해놓으면 누리꾼들은 댓글 형식인 ‘토달기’를 통해 욕에 대한 지식은 넓어지고 깊어진다. 예를 들어 ‘졸라’라는 검색어를 치면 “입에 담지 못할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뜻 모르고 입버릇처럼 사용한다”며 이 욕의 연원과 의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따라나온다. 니미럴닷컴에는 현재까지 욕 2만3225건과 인명 3927건, 사투리 1348건 등이 올라와 있다.

야쿨닷컴(yakul.com)은 욕 검색과 뜻풀이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욕을 창조하겠다는 게 목표다. 야쿨닷컴은 “욕 사이트가 아닌 앞서가는 28세기 소년 소녀들의 모임”이라며 스스로 ‘야쿨러’라고 부른다. 세상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진보한(?) 욕은 야쿨닷컴이 내세우는 ‘자랑’이다. 이 사이트에서 인기 있는 메뉴는 ‘욕콤보’다. 사용자들이 새롭게 창조해 올린 욕 가운데 추천을 받은 욕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몇 가지 단어로 구성된 1단짜리 욕부터 원고지 3~4장 분량이 넘는 630단짜리 욕까지 욕콤보는 끊임없이 욕을 쏟아낸다. 숨가쁘게 이어지는 욕이 욕인지 작문인지 모를 지경이다. 사용자들은 ‘조인’이라는 코너를 통해 욕쟁이 대열에 합류할 수 있고, 뽑힌 욕은 ‘명예의 전당’에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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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 사이트 ‘시발’(cibal.co.kr)은 신나게 욕을 하면서 기분을 전환하자는 취지다. “대한민국의 울화병 cibal에서 풀어드린다”가 슬로건이다. 욕 검색은 기본이고, 욕 게시판에는 직장 상사, 동료,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사람, 정치인 등에 대한 불만과 욕이 쏟아진다. 아무리 욕을 해도 욕플이나 악플이라고 신고하는 사람은 없다.

욕설 사이트 운영자들은 “욕은 해방감을 주고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비판의 소리”라며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날마다 욕을 해야 입 안이 개운하거나 욕을 먹어야 행복한 ‘엽기적 취향’이 아니라면 욕설 사이트를 굳이 찾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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