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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통계] 38위

등록 2006-05-18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두 축을 이루는 기관은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이다. IMD는 봄에, WEF는 가을에 각 나라들의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IMD 조사의 기본 콘셉트는 ‘기업이 경영하기 좋은 나라인가’이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를 주로 따지는 WEF 조사와는 좀 다르다. 같은 점도 있다. 객관적인 통계지표 외에 주관적 설문조사를 병행한다는 점이다. 설문조사 때 기업인들만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5월10일 발표된 IMD의 2006년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38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에도 들지 못한데다 지난해(29위)보다 9계단 떨어진 수준이다 보니 ‘정부의 비효율성’ ‘경직적 노사관계’ ‘개방 반대 분위기’ 등 정부 정책을 비난하는 단골 메뉴가 일부 신문의 지면을 도배했다. 기업인들만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조사 방식의 한계를 제쳐두고라도 조사의 속내를 보면 이는 그다지 온당치 않은 비난이다. 기업인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의 113개 지표 중 84개 항목의 점수가 떨어졌는데, 환율 안정성 등 정부 효율성뿐 아니라 회계감사 관행·이사회 경영감시 기능 등 기업 효율성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통계지표(125개) 평가에선 순위가 상승·유지된 게 71개로 하락한 것보다 더 많았다.
김대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마다 나타나는 순위에 연연하기보다 5년가량의 장기 트렌드(흐름)를 보고 들쑥날쑥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부문을 개선해나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 10월 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서 한국이 104개 나라 가운데 29위를 차지해 전년(18위)보다 11계단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자 한 신문은 “좌파적 경제정책 탓”이라며 “이런 성적표를 받고도 발 뻗고 잔다면 정부도 아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럼, 이듬해의 순위 상승은 ‘우파적 정책’ 덕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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