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국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jglee@hani.co.kr
문화계 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와 함께 신나게 탭댄스를 추는 한 인터넷통신 서비스 회사의 TV광고 속 그가 다소 낯설지 모른다. 하지만 ‘낸시 랭’(본명 박혜령)은 온라인 세상에선 오래전부터 유명 인물이다.
낸시 랭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건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부터다. 그는 초대받지 않은 ‘관광객’에 불과했지만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에서 빨간 하이힐과 란제리를 입고 벌인 퍼포먼스가 의외로 많은 인파를 모이게 했고, 이를 제지하려는 이탈리아 경찰에 의해 구금된 사건은 행위예술가 낸시 랭의 이름이 알려지게 만들었다. 이후 수많은 도발적 퍼포먼스와 방송 출연 등으로 ‘낸시 랭’의 이름이 자주 대중매체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의 퍼포먼스가 화제가 된 것은 주로 ‘과감한 노출’ 때문이었다. 이를 두고 한 패션칼럼니스트는 “그녀의 섹시한 퍼포먼스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남몰래 충족하는 관음증에만 익숙한 점잖고 교양 있는 부류들을 당황하게 하고, 위선과 가식을 싫어하던 부류에게 즐거움을 줬다면 아티스트로 대단히 훌륭하다”(김경, ‘낸시랭의 애교연구’)라고 긍정적인 평을 하기도 했다.
행위예술가로 더 많이 알려졌지만 낸시 랭의 공식 직업은 아트디렉터다. 그는 패션 브랜드 ‘쌈지’에서 ‘아트디렉터’를 맡고 있다. 하지만 아트디렉터라는 공식적 직함도, 신세대 행위예술가도 그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수식어가 되지는 못한다. 미술가, 방송 진행자, CF모델, 패션 칼럼니스트 등 그가 넘나드는 영역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낸시 랭의 주종목이 무엇인지도 헷갈린다. 이런 재주 많은(?) 인물이 최근 왜 논란일까.
과감한 노출로 화제가 되는 퍼포먼스와 튀는 탭댄스 동작으로 광고에 출연한 것도 이유이지만, 진짜 이유는 그의 퍼포먼스급 발언 때문이다. 방송에서 ‘아티스트 낸시 랭’이라 자칭하며 패널로 나온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여자 나오는 술집 가보셨어요?”라고 물어보거나, “부와 명성을 얻었던 피카소, 달리, 앤디 워홀은 존경하지만 고통스럽게 살다간 고흐는 싫다” “명품을 좋아한다. 명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라고 말하는 그의 ‘솔직함’이 화제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낸시 랭의 홈페이지(http://nancylang.com)와 포털에서는 이러한 솔직함에 대해 비판과 찬사가 엇갈린다. “말로 규정할 수 없는 모양새를 가진 에너지를 내뿜는 듯하네요”(여울) 같은 우호적인 댓글들도 있지만, “자만과 당당함은 구별돼야 되는 법”(ruuo)처럼 ‘비호감’ 댓글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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