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고기다!”
아이들이 탄성을 지릅니다. 큰아이가 말합니다. “난 고기가 젤로 좋아.” 둘째아이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도 좋아.” 사실 고깃집에 간 건 아니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 외식을 할 경우, 주로 두부버섯전골이나 칼국수를 먹습니다. 그날은 두부버섯전골이었습니다. 전골이란 게 기본적으로 ‘고기양념’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만, 요즘은 아예 불고기 ‘건더기’도 많이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두부나 버섯은 제쳐두고 불고기에만 탐닉합니다. 살점의 수까지 경쟁적으로 세어가면서. 집에서는 절대 고기를 구워먹지 않다 보니,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그렇다고 가정에서 채식을 하는 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 아침 식탁도 ‘킬링필드’였습니다. 물고기들의 대학살 현장입니다. 멸치 수백 마리의 사체를 젓가락으로 헤집다가, 눈 시퍼렇게 뜨고 죽어 있는 조기의 온몸을 샅샅이 해부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우유를 마셨습니다. 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회식’은 ‘육식’의 다른 표현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한겨레21>의 경우를 돌이켜봐도, 그야말로 ‘피의 제전’입니다. 보통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지요. 1. 죽은 포유류 짐승의 각종 부위를 불태워 씹어먹는다. 2.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잡아 즉석에서 난자 살해한 뒤 살점을 발라먹는다. 아, 이렇게 말하고 보니 무지 잔인해 보입니다. 조만간 또 피를 부를 약속이 잡혀 있는데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고기가 별로 체질에 맞지 않습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고 난 뒤엔 십중팔구 설사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 동료들과 함께 고깃집을 찾습니다. 솔직히 한동안 육식을 끊으면 입이 근질거립니다. 고기는 술과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육욕’이 아닌가 합니다. 여기서는 ‘육체적 욕망’이 아닌 ‘고기에 대한 욕망’을 뜻합니다. 도심 유흥가의 먹자골목을 가득 메운 화려한 네온사인을 잘 관찰해보십시오. 인간의 ‘육욕’을 유혹하는 식당 투성이입니다. <한겨레21>은 그 ‘육욕’에 대해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번호 표지는 대단히 정치적인 기사입니다. 남종영·김소희 기자는 전합니다. 채식과 육식 중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는 세계와 생명에 대한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한겨레21>은 약 6개월 전 ‘과자의 공포’를 표지로 낸 적이 있습니다(제575호). 당시 저는 이 칼럼에서 밀크커피를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사약에 비유했지요. 그 이후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말 커피 끊었어?” 진짜로 끊었습니다.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호 표지가 나간 뒤 육식을 중단하겠다는 다짐은 할 수 없습니다. 칼 같은 의지도, 자신도 없습니다. 단, 이 정도는 해야겠죠. 식탁 위의 ‘킬링필드’보다는 평화로운 ‘그린필드’를 건설하려는 아주 콩알만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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