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제국의 우두머리. 진시황제가 중국 대륙을 통일한 뒤 자신을 처음으로(始) 하는 황제 칭호를 만들어 부르면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원나라의 지배를 받는 ‘왕’(충렬왕~공양왕) 이후로 나라님을 왕이라 칭했다. 대한제국 이후에는 황제 칭호를 선사했다(고종과 순종). 이는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천황제를 재도입해 왕가의 우두머리를 천황, 황제에 준하게 부른 것에 영향을 받았다.
가상 역사극인 <궁>도 대한제국이 그대로 이어졌다는 가정이므로, 대를 잇는 자손‘이신’ 이신(주지훈 분) 역시 황제가 될 참이다. 황제의 개념이 왕과 별 차이가 없다면 황제를 쓰는 게 듣기에 좋다. “왕입니다요”의 세계로 만족할 수 없을 때 황제의 욕망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황제 다이어트’는 고기를 마음껏 먹고도 살을 뺀다는 혁신적인 다이어트 비법이다. 그 비법은 탄수화물 같은 ‘아랫것’들과 상종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중이 제 머리 못 깎고 황제가 “왕입니다요” 못하듯 이 다이어트의 주창자인 로버트 앳킨스는 사망할 당시 비만이었고 울혈성 심부전을 앓고 있었다. ‘황제 다이어트’라는 별칭은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다이어트로 성공했다고 해서 붙여졌다. 스키광인 이 회장은 가끔씩 스키장을 통째로 빌려 가족과 함께 스키를 즐겼다고 한다. 황제 스키다. 황제 골프와 황제 테니스는 앞뒤로 시간을 비워 골프장이나 테니스장을 독점한다. 이해찬 전 총리는 황제 골프를 쳤고, 이명박 서울 시장은 황제 테니스를 즐겼다. 그런데 총리가 골프를 친 날은 삼일절이었고 이명박 서울 시장이 테니스를 즐긴 날은 토·일요일이었다. 황제도 휴일이 있는 법, 쉬면서 운동 좀 하자는데 시비 거는 것이 좀 쩨쩨하다. 근데 그들의 ‘황제스러움’은 더 소심하고 쩨쩨했다. 그들은 동행을 숨기고 싶었고 일반 시민과 ‘따로 놀고’ 싶었다. 이들이 스포츠를 황제스럽게 즐긴 것은 명백한 스포츠 정신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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