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역시 왕은 왕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발명왕이다. 왕께서 손수 만드신 업무관리 시스템 ‘이지원’이 특허등록을 마쳤다. 역시 왕후장상의 씨는 따로 있었다. 노 왕께서는 일찍이 사법고시생 고진감래의 시절, 수험생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시고 개량독서대를 만드시었다. 왕이 되시어서도 백성의 고충에 전전반측하시어 감 따는 장치, 옷걸이 의자, 걷기 편한 등산복을 오매불망 고안하시었다. “왕입니다요!” 북악산 인근 백성들의 전언에 따르면, 발명을 하실 때마다 청와대에서는 찬탄인지 절규인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온다고 한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다. 적국의 유신공주에 대한 연정이 수포로 돌아가자, 다시는 ‘이지 가이’가 되지 않겠다고 절치부심 눈물을 삼키시며 ‘이지원’을 만드시었고, 좃선일보가 시도 때도 없이 대략 난감이라고 압박하자 ‘감 따는 장치’를 고안하시었다. 하지만 무흣한 표정도 잠시. 감 따는 장치는 자신의 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아… 님께서 다음에는 어떤 방법을 하실까. 왕의 남자들의 고충을 염려하시어 지지율 올리는 방법, 정권 재창출하는 방법을 방법하시어 특허신청을 하실까.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다. 아니 필요는 발명왕의 어머니다. 아니 그러면 필요가 대왕대비마마?
“왕입니다요!”에 이어서 들리는 추억의 한마디 “뻥이야!”. 정말 성공한 퍼포먼스였다. 4천만 국민을 속이고, 4천만 국민에게 기쁨 주고 사랑받는 완벽한 퍼포먼스였다. 호서대 학생들의 지하철 결혼식은 퍼포먼스의 전형을 만들었다. 감동 주고 실망까지 안겨서, 기승전결을 갖추고 희로애락을 겸비한 퍼포먼스로 완성됐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사기꾼이자 진정한 예술가들이다. 고 백남준 옹께서도 일찍이 일갈하시기 않으셨던가. 예술은 사기야! 다만 그들에게 죄가 있다면, 도촬당한 죄밖에 없다. 사기극이라고 분노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볼지어다. 결혼식은 감동에, 실망에, 교훈까지 주고 있지 않은가. 오버하지 말지어다. 나대지 말지어다. 신혼여행 보내주자고, 웨딩촬영을 해주겠다고, 함부로 나서지 말지어다. 언론은 도촬의 위험에 대해 고발해얀다.
무함마드 풍자 만화에 대해 무슬림들이 봉숭아 학당의 봉선이처럼 “살짝 기분 나쁠 뻔했어”라고 너그럽게 넘어갔다면, 얼마나 멋졌을까. 싫다는데 굳이 만화까지 그려서 안 그래도 아픈 마음 후벼파는 서구 언론이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 덴마크 국기 태우면서 광분하는 무슬림들이나, 정말 살짝 기분 나쁠 뻔했다. 만평으로 살짝 나빠진 기분은 사진으로 정말 나빠졌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국이 공개한 아부그라이브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진은 정말 끔찍했다. 사진보다 논평은 더 끔찍했다. 미국 정부는 다 아는 일을 왜 민감한 시기에 다시 공개하느냐고 비판했다. 뭐 뀐 놈이 화내는 꼴이다. “증말 짜증 지대로네!” 알라시여, 부처시여, 예수시여, 제발 지구촌을 돌고 도는 분노의 역류를 멈추게 하소서. 아멘, 인샬라, 나무아비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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