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방 빼!”
그렇습니다. 짐을 싸라는 통고를 받았습니다. 10년 동안 잘 버텼는데 끝입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새벽 2시.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는 모릅니다. 그래서 일말의 미련도 남습니다. 잡동사니의 먼지를 털며 짐을 꾸립니다. 동이 트면 그들이 떼로 몰려올 겁니다. 철거용역반원들….
농담입니다. ‘용역반원’들은 <한겨레21> 사무실의 책상과 의자, 각종 비품과 집기들을 얌전히 ‘철거’해 다른 곳으로 옮기게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이삿짐 용역업체’ 직원들입니다. 대단한 이동은 아닙니다. 한겨레신문사 사옥 5층에서 4층으로 한 층 내려갑니다. 지난주에 발간된 <씨네21>을 보면 이와 관련된 짧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남동철 편집장이 ‘편집장글’에서 이사를 앞둔 단상을 적어놓았더군요. 그 글엔 열악한 환경에서 탈출해 같은 층의 좀더 환하고 넓은 공간으로 옮겨가는 설렘이 녹아 있었습니다. <한겨레21>은 배 아파해야 할까요? 공교롭게도 <씨네21>이 있던 그곳으로 가게 됐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일부 후배 기자들은 이렇게 투덜댑니다. “왜 우리는 책상 안 바꿔주는 거야!”
개인적으로도 이사를 해본 지 꽤 오래됐습니다. 한 수도권 도시에 둥지를 튼 뒤 11년을 꿈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꼬마는 가끔 이렇게 떼를 씁니다. “아빠, 우리도 고품격 아파트로 이사 가자.” 한없이 우아하고 고상하게 그려지는 아파트 광고의 영향 탓인가 봅니다. 사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집이 좁습니다. 한 곳에 오래 살다 보니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피곤합니다. 설상가상으로 몇 주 전엔 아파트 끝번호가 같은 맨 꼭대기 18층 세대에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젊은 주부가 투신자살을 한 겁니다. 내가 잠든 새벽, 우리 집 창문 앞을 지나 추락했을 한 인간의 그림자를 떠올리면 가슴이 찌릿합니다. 처음으로 이사를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해에 “죽어도 이사 가지 말자”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겨레21>의 올해 목표 중 하나는 그들이 정말 이사 못 가도록 돕는 겁니다. 주한 미군기지 확장으로 땅을 몽땅 내주게 될지도 모르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도두리 주민들입니다. <한겨레21>은 그들의 강제이주를 막고, 그들의 터전을 평화촌으로 꾸미기 위한 캠페인을 2주 전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번호부터는 성금모금 운동의 첫발을 내딛습니다. 1만원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그 작은 돈이 세상을 평화롭게 하는 데 쓰일 것입니다.
평택 캠페인을 한다고 하자, 한 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이슈는 우토로만큼 알려지지 않았잖아?” 지난해 6월 <한겨레21>이 우토로 돕기 캠페인을 처음 시작할 때, 우토로도 유명하지 않았습니다. 1999년 베트남 캠페인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 평택은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언론들은 그림거리가 있을 때만 평택에 몰려듭니다. <한겨레21>은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고분고분 이사를 갈 수 없는 평택 주민들의 문제를 빅 이슈로 만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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