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font color="#C12D84" size="4">역시 칼바람은 무섭다.</font> 한칼에 두 명이 날아갔다. 대한펜싱협회의 칼잡이들은 선수를 찌르고, 코치를 잘랐다. 협회의 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선수를 성형수술했다고 자르더니 금메달 코치를 지도력 없다고 잘라버렸다. 정말 용감하다. 한번 칼을 뺐으면 한칼에 두 명은 보내야 한다는 칼잡이 정신이 뚝뚝 묻어난다. 아무리 칼잡이라 쳐도 너무나 용감한 이들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심사숙고 끝에 칼날 같은 깨달음이 스쳤다. 협회의 칼잡이들은 남현희 선수가 다른 칼잡이에게 칼질을 당한 것이 심히 불쾌했던 것이다. 칼질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자신들을 제쳐두고 다른 칼잡이에게 쌍꺼풀 수술을 맡긴 것이 불쾌함을 넘어 괘씸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래서 홧김에 선수를 2년 자격정지에 처하고, 내친김에 밉보였던 코치도 잘라버린 것이다. 칼침은 무섭다. 역시 칼은 아무에게나 맡기면 안 된다.
<font color="#C12D84" size="4">역시 장군의 아들이셨다.</font>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천릿길도 한달음에 가는 축지법을 쓰셨다는 장군님의 피를 이어받은 장군님의 아들은 세계 언론의 추적을 따돌리고 한달음에 중국에 도착하시었다. 그분이 홀연히 사라진 사흘 동안, 러시아로 갔다! 상하이로 향한다! 늑대 소년들의 거짓 기사만 난무했다. 한국 언론도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오데간~~” 하는 철 지난 이북 노래만 불렀다. 도무지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다가 홀연히 광저우에 나타나시었다. 그의 모습이 일본 카메라에 ‘잡히기’ 전에 언론은 보지도 못하면서 ‘보입니다’라고 써댔다. …우한에 들른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로 간 것으로 보입니다. 장군의 아들은 아무래도 기차놀이에 빠졌나 보다. 그렇지 않고서야 기차를 타고 순방길에 오르는 기차놀이에, 머리카락 보일라 꼭꼭 숨어서 언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나 잡아봐라’ 놀이를 매번 반복하실 리가 있는가. 하지만 이제 꽁무니를 쫓는 술래도 지겹다. 위원장님, 이제 그만~ 이제 그만~.
<font color="#C12D84" size="4">전국의 황 교수들이 떨쳐일어섰다.</font> ‘전국 황 교수 협의회’(전황협)는 작금의 황 교수 사태 때문에 심각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심히 불쾌해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황협은 해결책으로 황우석 교수를 줄여 ‘황 교수’라고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각 언론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풀네임’을 쓰는 것에 결사반대하는 성명도 나왔다. 전주 우석대는 황우석 교수의 이름 때문에 학교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황우석 교수를 계속 황 교수로 줄여 부를 것을 요청했다. 또 한편에서는 황우석 교수를 ‘황구라’로 부르는 것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원조 황구라인 소설가 황석영 선생은 안 그래도 황우석 교수의 구라를 자신조차 도저히 당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는데 별명까지 빼앗겼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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