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여자보다 더 여자 같은 왕의 남자’.
영화 <왕의 남자>는 3주 연속 주말 예매율 1위에 오르며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와 더불어 중성적 이미지의 광대, 공길의 인기도 하늘을 찌른다. 공길을 연기한 이준기는 20여 일간 포털 사이트 인터넷 인기검색어에 올랐고, 그의 사진과 영화 패러디물이 게시판을 떠돌고 있다. 영화에서 공길은 남자 광대이지만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양반들에게 몸이 팔리기도 하고, 동료 광대인 장생과 연산군과도 동성애적 연인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누리꾼들은 여장 남자인 공길의 빼어난 외모와 중성적 이미지에 열광한다. 광대놀이 중 살짝 비친 공길의 허리선에 탄성을 보내고, 얼굴선을 놓고는 “조각 같다”는 평가를 내린다. 일부는 공길이 “섹시하다”며 성적 판타지를 꿈꾼다.
그리고 배우 이준기와 공길을 혼동하며 이준기에게서 공길의 그림자를 찾고자 한다. 영화 장면 외에 이준기의 여성성이 잘 드러나는 사진을 놓고 “매력적이다. 예쁘다”며 키득거린다. “이준기가 동성애자 아니냐”는 지식검색도 눈에 띈다.
“여자들은 어떻게 살라고 여자보다 더 예쁘신 거예요.”(까만도라지) “준기,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남자네요. 우리 오빠 삼았으면….”(민돌사랑) “저 슬픈 색기는 뭐람.”(민사랑)
이처럼 예쁜 남자에 열광하는 것은 남자보다 여자들이다. 여성보다 더 예쁜 남성이 되려는 크로스섹슈얼이 누구에게 어필하는지를 보여준다.
한편,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왕의 남자> ‘폐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영화의 등장인물인 연산군, 공길, 장녹수, 장생의 심리상태를 엿볼 수 있는 뇌 구조 그림을 퍼나르며 댓글놀이를 이어가고 있다.
공길의 뇌는 ‘장생과 연산군 사이에서 갈등, 누군가를 바라볼 때 섹시하게 눈을 아려야 함, 여자보다 예쁜 외모에 대한 자부심, 연산군과 입맞춤에 대한 충격’ 등 여러 번뇌가 뒤엉켜 있다. 장생의 뇌에는 ‘공길 허리에 대한 집착, 공길을 위해 목숨 바칠 각오, 연산군에 대한 라이벌 의식’ 등이 가득하다. 반면 연산군의 뇌에는 ‘공길이와의 아스라한 추억 그리고 사랑, 공길과 입맞춤 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녹수와의 윗입 놀이’ 등이 떠나지 않는다. 녹수는 ‘연산군에 대한 소유욕, 공길의 고운 피부에 대한 부러움, 공길이의 성정체성 의심, 공길의 윗입술을 모방하기 위한 피나는 연습’ 등으로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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