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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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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따라하기 위험하다”

등록 2006-01-10 00:00 수정 2020-05-02 04:24

[김창석의 도전인터뷰]

블로그에서 ‘무늬만 바뀐 신개발주의’라 비판한 청와대 염태영 지속가능발전비서관…언론이 열광하니 지자체 선거에서 환경으로 치장한 대규모 공사 공약 쏟아져나올 것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염태영(45) 청와대 지속가능발전비서관은 사상 첫 ‘환경 담당 청와대 비서관’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수원 지역을 중심으로 환경운동을 벌였던 그는 2005년 1월 청와대 비서관이 됐다. 출범 초기부터 시민사회로부터 “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역대 정부 가운데 꼴찌”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참여정부가 신설한 직책이었다.

그가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블로그에 쓴 ‘청계천 단상’이라는 글이 논란이다. 이 글에서 그는 2005년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생태적 복원과는 거리가 멀고 역사적·문화적 복원이란 의미가 상당히 결여됐다”며 “이 사업이 70~80년대의 개발지상주의에서 무늬만 바뀐 신개발주의 측면을 지니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 글에서 “청계천 사업보다 훨씬 이전에 복원사업이 이뤄진 서울 양재천, 전주천, 제주 삼지천, 안양 학의천, 오산천 등 자연형 복원사업 등이 훨씬 더 평가받을 만한 사업들”이라고 주장했다. 청계천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전국적 관심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주민 참여가 이뤄졌고 생태적 복원이라는 원칙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1월5일 오후 3시 그를 만났다.

임기 내 짓는 공약, 처음부터 한계

각광받는 청계천 사업에 대한 청와대의 시샘이나 딴죽걸기라는 시각도 있는데.

= 청와대 블로그가 정치·경제를 정면으로 다루기도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이나 주변의 일을 국민들께 자연스럽게 수필 형식으로 알리는 자유로운 공간이기도 하다. 청계천이 국민들의 붐을 일으킬 정도의 관심은 끌었지만, 지역에서 하천살리기 운동을 해왔던 입장에서 볼 때 어느 정도 평가받을 일인가 하는 것을 느낀 대로 썼던 것이다. 그것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공격한 것으로 이해됐다면 글의 원래 의도를 확대하거나 왜곡한 것이다. 하천복원 운동 사례가 새로운 도시발전 패러다임, 즉 양적인 성장·개발보다는 질적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게 됐다는 관점을 강조했다. 또 이명박이라는 한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주인이 돼야 한다는 관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당신은 글에서 “수많은 언론에서 다뤄왔던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한 일방적 찬사나 아니면 애써 평가절하하는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넘자”고 했지만, ‘지역주민 참여’나 ‘생태적 복원’이라는 잣대로 평가해볼 때 결국 글의 핵심적 결론은 이 사업이 환경적 고려를 제대로 하지 못한 실패작이라는 것이 아닌가.

= 생태·역사·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지적돼온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시민들이 환호하는 것은 시민들이 그만큼 회색빛 도시에서 자연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던 것 같다. 좀더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추진됐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제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너나없이 ‘서울 따라하기’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청계천이 지니고 있는 우려와 결함 요소까지도 간과될 가능성이 높다. 청계천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어느 날 어느 구간에서 별안간 물이 확 쏟아져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양쪽 벽 사이로 흐른다는 점이다. ‘보여주기식 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환상적이고 스펙터클한 면을 강조하다 보니 지금도 여전히 청계천 주변에는 늘 이벤트가 있어야 한다. 정온한 느낌의 생태적 감수성이 아니고 뭔가 그 주변에 가면 흥분되고 들뜨게 된다. 사람들도 그런 것만 찾게 된다. 생태적 복원과는 가장 거리가 먼 모습이다.

처음부터 한계가 있었던 사업이라는 얘기인가.

= 실제로 이명박 시장의 공약사업이었다. 임기 안에 다 허물고 새로 지어야 했다. 하나의 커다란 조경사업이고 토목사업은 될지언정 생태 복원 모델로 갈 수 없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주도로 이뤄지다 보니 다양한 의견과 참여가 보장되는 길이 원천적으로 제약됐다. 하천의 주인은 그 지역 주민들인데 주민의 참여 공간이 없어진데다 일정한 기간 안에 치적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보여주기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업방식은 또다시 반복되면 안 된다. 1980년대 초반에 한강종합개발계획이 있었다. 5년 동안 한강의 강기슭을 콘크리트로 직강화하고 둔치도 만들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도로도 만들었다. 서울이 그렇게 바뀌자 다른 지역 지자체들도 똑같이 했다. 그게 모델이 되어서 다 퍼진 것이다. 불과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이런 식의 공사가 강을 치명적으로 불구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버렸다. 다른 지자체들에서는 콘크리트를 깨고 자연석이나 통나무로 바꾸는 자연하천이 시작됐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이 가지 않아서 또 다른 개발과 성장으로 포장된 자연에 대한 왜곡이 시정된 셈이다. 청계천을 ‘길게 누운 분수대’나 ‘긴 콘크리트 어항’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물도 의도된 몇 군데에만 살고 있지 않나. 물이 아무리 깨끗해도 콘크리트 박스 안에서는 물고기가 세대 번식을 할 수 없다. 물이 좀 더러워도 높낮이가 있고 숨을 곳이 있고 자갈과 모래가 있으면 생물의 서식처가 된다. 그런 자연의 모습이 원천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도 다른 지자체들이 지금의 청계천 모습을 표준모델처럼 따라한다면 불과 한 세대가 가기도 전에 손을 대야 할 것이다. 하천을 덮은 도로를 뜯어내고 하천의 모습을 되찾자는, 큰 패러다임에는 찬성하지만 지금의 청계천 방식은 정답이 아니다.

지역에서 이뤄진 소중한 하천복원사업들

다른 지자체들의 청계천 따라하기는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가.

= 상당히 현실화하고 있다. 지금 청계천 사업이 히트치고 나니까 올해 지방선거에서도 청계천 사업을 본받겠다는 공약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시장 후보로 나오겠다는 이들의 공약을 보면 중랑천 수상공원화 계획, 강변북로와 올림픽도로 사이를 인공으로 덮는 슈퍼테크가든 계획, 수상공원인 아쿠아마린 계획 등이 있다. 서울만 해도 그렇다. 조경 위주의 개발사업이지 환경과 생태 가치를 중시하는 계획이 아니다. 보여주기식 사업의 현실화가 걱정스럽다.

청계천 사업을 주도한 이명박 시장이 유력한 야당 후보라는 점 때문에 환경 이슈가 정치화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환경 이슈로 포장된 개발 이슈들을 들고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이비 환경 이슈가 주요한 정치적 도약대 구실을 하는 최근의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회적 검증이 필요한 것 아닌가.

= 그렇다. 생태학적 호소가 주민들에게 먹혀든다는 사실 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환경으로 포장된 대규모 토목사업과 건설사업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외형에만 주목하면 본질적인 측면이 간과되기 쉽다. 개발과 물량 위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들어와보니 정부 손 떠난 것 많더라

청계천 이전의 하천 복원사업들이 청계천보다 더 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내가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수원천의 경우를 보면 94, 95년 당시 하천 복개 여부가 수원의 가장 큰 현안이었다. 복개가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과 토론이 잇따랐고, 주민들을 상대로 한 시민사회의 설득이 주효했다. 여론이 바뀌자 결국 96년에 복개가 중단됐다. 하천 복원이 오히려 아파트 값을 오르게 하자 생태적 가치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확고해지기도 했다. 수원천 말고도 지역의 정체성이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 하천 복원사업들은 주민의 참여와 생태적 복원의 원칙이 지켜졌다. 그런데도 전국적 의제가 되지 못한 것은 고질적인 ‘서울 중심주의’와 지역의 문제를 전국화하지 못하는 언론의 탓도 컸다고 본다. 언론이 한 개인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이전부터 진행돼온 하천 살리기의 흐름과 내용을 함께 다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인가. 청계천의 기본 구조가 이미 완성됐는데 그것을 다시 뜯어고칠 수는 없지 않은가.

= 청계천이 생태학적 불구의 모습이지만 하천이 시민 곁으로 돌아온 것은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펌프로 물을 끌어다쓰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점에서도 아쉽다. 지하수도 있고, 저류조도 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연수도 있는 다양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 다시 돈을 들여 개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상류 구간을 자연의 모습에 가깝게 복원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90년대 이후 계속 환경운동에 참여해오지 않았나. 사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환경 마인드가 없다는 비판을 많이 들었다. 시민사회에서는 ‘반녹색 정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그런 얘기를 하던 입장에서 최초의 청와대 환경 담당 비서관이 된 배경은 무엇인가.

= 시민사회의 반발이 가장 극대화됐던 때가 2004년 말이었다. 시민사회 대표들이 반환경 정책에 반대해 항의시위와 단식을 했다. 새만금, 천성산, 골프장 규제 완화, 수도권 개발 등 현안도 많았다. 시민운동의 그런 지적은 옳았다. 그렇지만 참여정부가 처음부터 반환경적이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이전 정부부터 정치 구호화된 개발사업으로 10년 이상을 끌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참여정부가 이전 정부의 정치 논리와 경제 논리를 뛰어넘어 이런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것 같다. 해결이 안 되는 데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또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 기조가 지역에 가서는 더 큰 개발사업으로 변형된 측면도 있다.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던 사람이 안에 들어와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아서 일을 하게 됐다. 와서 보니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에는 정부의 손을 떠난 것도 많다. 새만금은 법원의 손에 있고, 천성산의 경우는 지율 스님 단식의 영향도 컸지만 환경영향 공동조사의 틀을 만들었다. 골프장 규제 완화 문제 역시 정책 수정을 상당히 해냈다. 환경적 시각이나 ‘환경 감수성’을 청와대 안에 깊숙이 심어놓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아직도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환경적 가치나 생태적 가치를 억누르려는 시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생태적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정부 정책의 패러다임이 가시적으로 변한 것이 있는가.

=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개별적 환경정책은 모두 선진국 수준이다. 좋은 정책은 그때그때 들여오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대형 국책사업과 대형 건설 등 다른 부처의 고유사업이다. 그런 것 때문에 환경부와 다른 부처 사이에 이견과 갈등이 생긴다. 이럴 때 정책적 통합의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따져보아야 한다. 즉, 환경적 가치와 건강성, 경제적 효율성,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 사회적 형평성 등을 통합해 정책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모든 부처가 이런 관점에서 정책을 다루는 게 중요하다.

4기 과제는 고용·환경 동시 해결

참여정부를 ‘위원회 공화국’이라고도 말하는데, 지속가능발전위원회 기획운영실장을 하면서 이런 외부의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 곧 4기 활동에 들어가는 이 위원회의 과제는 무엇인가.

= 위원회의 구조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다소 든다고 해서 비효율적이고 낭비 요소라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정책의 제안·수립·결정 과정이 투명화하고 시스템화한다는 점에서 관료제의 단점이 크게 보완된다. 4기 위원회는 고용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사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환경의 희생이 없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투자 확대, 하천 오염 감시인력 확충 등 생태계 보전 강화, 유기농산물 학교 급식 확대를 통한 유기농 활성화, 자원 재활용 확대 등을 꾀할 것이다. 미래 세대의 주역이며 노동력의 원천인 ‘어린이들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정책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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