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한 해 버는 돈을 몽땅 저축하면 몇 년 만에 집을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연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주택 정책에서 요긴한 재료인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이 비율을 공식적으로 산출한 적이 없다고 한다. 윤주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2월9일 연구원 주최 국제 세미나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PIR는 따라서 첫 공식 지표로 여겨진다.
이 PIR 지표는 올 5월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이 공동으로 전국 1만1천 명의 연소득과 집값을 조사한 설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윤 위원의 논문 ‘한국의 주거 수준과 정책적 시사점’에 담긴 설문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PIR는 6배로 나타났다. 6년에 걸쳐 연소득을 모두 저축해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별로는 서울 7.7배, 지방 대도시는 3.8배, 중소도시는 2.6배로 조사됐다. 이날 국제 세미나에선 오래전부터 PIR를 산출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발표됐는데, 미국 2.7배, 영국 4.1배, 캐나다 2.3배였다. 소득에 견줘 우리나라의 집값이 대단히 높은 수준임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월소득에서 차지하는 임대료 부담을 나타내는 월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24.2%로 캐나다 21%, 일본 10.6%보다 높고 미국 33%, 영국 53%보다는 낮았다. 우리나라의 자가점유율은 54.4%(2000년 기준)로 미국 68.3%, 일본 61.2%보다 떨어져 거주 목적 외 주택이 많음을 보여줬다.
국토연구원 세미나가 열린 이날 정기국회 회기는 끝났지만, 집값 안정을 위한 ‘8·31 부동산대책’의 핵심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은 국회 재경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삶의 질을 높이고 자산 불평등도 완화를 위해 보유세 및 양도소득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토연구원의 권고나 ‘PIR 6배 속에 녹아 있는 말없는 다수의 고통’은 속절없이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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