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태어나게 해달라고 졸랐습니까?
아닙니다. 조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 맘대로 낳았습니다. 그러고는 무책임하게 키웠습니다. 결국 하루하루를 불쌍하고 비참하게 살다가 비명횡사했습니다.
“마이 아파”라는 농담이 사실적으로 와닿습니다. 신문에 실린 짤막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읽으며 이렇게 마음이 ‘마이 아파’ 본 적은 드뭅니다. 보모 남편에 맞아죽은 하나(가명·3)의 사연을 접하며 그랬고, 홀로 지내다 도사견에 물려죽은 영인(9)이의 이야기를 대하며 또 그랬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이라크도 아닌데, 아무런 죄가 없는 어린이들이 어처구니없게 픽픽 쓰러져 죽고 있습니다.
아동 방치.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가증스럽다”는 욕을 먹을지 모릅니다. 저는 이렇게 혼잣말을 해야 합니다. “나나 잘해.” 고백하자면, 저는 가정 내에서 늘 ‘아동 방치’ 문제로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아이들과 24시간 만나지 못하는 날이 일주일에 최고 3~4일입니다. 그나마 함께 있을 때에도 성의를 다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덕분에 “늙으면 자식들한테 따돌림당할 것”이라는 경고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집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엄마는 늘 거기에 있으니까요.
유기(遺棄)에 대한 공포는 아이들의 본능입니다. 저도 그 잠재의식에 시달렸던 희미한 기억이 있습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엄마 아빠가 날 두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떨곤 했습니다. 자다가 깨었으나 엄마가 없을 땐 막막한 두려움에 자지러졌습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부모(역할자)의 보살핌은 유아기의 정신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정신의학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를 향한 자신의 요구를 즉각즉각 만족시켜야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른바 ‘베이직 트러스트’(Basic Trust)입니다.
기획회의를 할 때 24시간 보육을 맡기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의 25.8%가 원하고 있었습니다.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그런 서비스를 원하는 이들이 점점 느는 추세라고 합니다. 취재에 참여한 김소희·길윤형 기자는 “국가도 공범”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몇 주 전 일요일, 집 앞 놀이터에서 우는 아이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다섯 살짜리 남자애가 그네 위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왜 그러냐” 물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엉엉 소리내어 우는 꼬마들이야 흔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연을 다 캐묻지는 못했으나, 나중에야 할머니가 홀로 키우는 아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엄마 아빠 없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은 숙명일까요?
아이들은 곧잘 안아달라고 합니다. 안아주면 편안해합니다. 오늘은 저도 아이들을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안아줄 어른이 없었던, 그리하여 맞아죽고 물려죽은 아이들의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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