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이주의 왕따!
<한겨레21>에는 ‘이주의 정기독자’라는 칼럼이 있습니다. 비슷한 포맷으로 ‘이주의 왕따’라는 칼럼을 신설하면 어떨까요? 그주에 주변에서 엄청나게 욕을 먹은 사람들만 찾아 인터뷰하는 겁니다. 만약 그런 불온한 상상이 현실로 된다면, 이번주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뻔합니다. 교사, 그것도 전교조 교사….
그들은 ‘죽일 놈’이 되고 있습니다. 교원평가 반대 투쟁 탓입니다. 언론에선 영락없이 ‘뻔뻔한 이기주의의 화신’으로 그려집니다. 평소 전교조에 호의를 갖고 있던 이들도 생각을 바꾸는 듯합니다. “참교육학부모회도 등을 돌렸다더라”는 말은 거의 확인사살하는 느낌을 줍니다. 게임이 끝난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확인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언론의 보도가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교원평가를 지지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협상 결렬에 관한 한, 교육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찬찬히 뜯어보면, 현재 전교조가 비판하는 것은 교원평가 그 자체가 아니라 ‘일방적인 교원평가 강행’입니다. 전교조는 근무평정제 폐지와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등을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실무협의를 진행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들을 합의의 장으로 이끌지 못했습니다. 박경양 회장은 “교원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목표로 한 것인데 현재의 상태로는 갈등의 소지가 크다”고 평했습니다. “전교조에 대한 여론의 공격이 악의적이고 비정상적”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11월11일의 참교육학부모회 기자회견 소식이 떴습니다. 내용은 저와 통화한 내용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단순하게 뽑혀 있더군요. “참교육학부모회 ‘교원평가제 실시해야’” 교원평가는 선, 교원평가 반대는 악이라는 단세포적 구도가 작용하는 상황에서 이런 제목이 어떤 뉘앙스로 전달될지는 분명합니다.
‘평가’받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언론사에도 인사평가는 존재합니다. 한겨레신문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겨레의 경우 비공개와 공개,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오락가락해왔습니다. 평가를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했기 때문입니다. 평사원의 경우엔 자기평가와 상향평가, 간부들의 경우엔 상향평가·자기평가·하향평가 세 가지를 해야 합니다. 사원의 입장에서 보면, 인사평가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동안 해왔으니까 마지못해 하는 겁니다. 이거 유쾌하게 할 사람 별로 없습니다.
교장과 교감 그리고 동료 교사, 학부모에 학생까지 나를 평가합니다. 모두 공개됩니다. 기존에 교장과 교감이 비밀리에 매겨 승진 자료로 쓰던 ‘근무평정제’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공교육을 위기로 이끈 가장 큰 책임은 교육 당국에 있는데, 나만 얻는 것 없이 발가벗겨지는 기분이 듭니다. 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 투쟁하고 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이라면?
전교조는 선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익단체이고, 때에 따라 공익에 복무합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 중엔 나태하고 능력 없고 비도덕적인 교사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대한민국에 돌 맞을 언론인들이 많은 것처럼, 돌 맞을 교사들 정말 많을 겁니다. 그렇지만 지금 마구 던지는 돌멩이는 조금 거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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