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행방불명, 그를 찾습니다.
이메일을 보내도, 문자메시지를 날려도, 휴대전화를 걸어도 소용없습니다. 속절없이 팝송만 흐르는 그의 휴대전화기는 순전히 ‘음악감상용’입니다. 몸을 숨길 때, 그는 지독하고 냉정합니다.
지난 10월8일 파키스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8만여 명이 죽었고, 수십만 명이 부상당했고, 수백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 뉴스를 접하자마자 그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에 들었던 그의 말도 떠올랐습니다. “전화 안 받아서 미안해요. 이제부턴 잽싸게 받을게요.” 책을 다 쓰고 나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의 휴대전화기는 여전히 먹통이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부터였다고 합니다. 바로 그날부터 ‘임무’가 떨어졌고 ‘출동준비’를 한 겁니다.
짐작은 했습니다. “파키스탄으로 갈 것이다.” 예상대로 소문이 돌았습니다. “파키스탄으로 간다더라.” 일주일이 흐르는 동안 몇 번의 전화를 더 시도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지난 10월14일 아침에 펼쳐든 신문은 소문을 실증해주었습니다. “그가 오늘 파키스탄으로 간다.” 신문을 보자마자 또 수화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역시 팝송만 흘렀습니다. 헤아려보니, 공항에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휴대폰 문자를 찍었습니다. “시간 되면 이메일을 꼭 보세요.”
파키스탄의 ‘천문학적 재난’ 현장을 취재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한겨레21>은 그동안 그와 관련된 단 한 건의 기사도 싣지 않았습니다. 미국 뉴올리언스의 카트리나 기사엔 25쪽을 할애해놓고, 힘없는 나라라 하여 차별대우한 건 아닐까요? 그렇다고 외신을 원재료 삼은 상투적인 기사로 허기를 달래기는 싫었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상쇄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힘을 빌리는 걸 ‘시도’해본 겁니다.
긴급구호 활동가 한비야(47)씨. 그는 대한민국에서 ‘파이팅’이라는 영어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여자입니다. 누구든 그를 대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습니다. 그는 최근에 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제목의 책에서, 왜 힘든 긴급구호를 계속 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휘몰아치는 열정은 파키스탄에서도 흘러넘쳤습니다.
10월22일께 그가 속해 있는 국제 구호단체 월드비전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비야씨가 <한겨레21>에 구호일기를 쓰겠대요. 헌데 탈진해 있어요. 귀국하자마자 일주일간 입원을 할 것 같아 곧바로는 못 쓸 겁니다.” 다행히도 일주일이 아닌 이틀 만에 퇴원했기에, 파키스탄 표지는 이번호에 가능했습니다.
구호일기는 현지의 참상을 전하지만 흥미의 요소도 적지 않습니다. 지진이 계속되는 긴박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웃음이 번지는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구름에 가린 달이 얼굴을 내밀듯, 중국산 김치와 조류독감 파동에 가렸던 파키스탄 이재민들의 아픔이 독자들의 마음에 와닿기를 희망해봅니다. 아울러 감동이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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