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토지수용 보상액을 정하거나 취득·등록세, 보유세를 매기는 데 쓰이는 잣대는 건설교통부 공시지가다. 전국 2700만 필지(하나의 땅번호가 붙는 토지의 등록 단위)의 개별 공시지가는 표준지 50만 필지를 대상으로 산정한 땅값(표준 공시지가)에서 산출된다.
예컨대 서울 명동 지역 100가구의 개별 공시지가를 매길 경우, 먼저 가장 표준적인 5∼10가구를 선정해 표준 지가를 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거리·용도 등을 감안해 나머지 90여 가구의 개별 지가를 산출한다. 공시지가는 보통 시가의 80~90%로 알려졌으며, 시·군·구청에서 열람할 수 있다.
건교부는 8.31 대책 직전 올해 공시지가 총액이 2176조원으로, 시가의 91%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높였다는 일종의 홍보인 셈인데, 이를 정면으로 공박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조사 결과가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경실련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8개 지역 132필지의 공시지가와 시가를 비교했더니 공지지가의 시가 반영률은 정부 발표에 견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2%였다고 밝혔다. 이 현실화율을 바탕으로 전국 땅값을 추산하면 정부 발표 공시지가(2176조원)의 2.4배인 5195조원에 이른다고 경실련은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대도시 위주로, 비교적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도 정부의 부동산 통계치가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경실련의 추정치와 거리가 너무 먼데다 2000년 이후 5년 동안 땅값 상승률이 21%밖에 안 된다는 정부 통계는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탓이다. 시도별 총액만 발표하는 공시지가를 시·군·구 단위로, 지목·용도별로 공개해 부동산 소유구조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공시지가 산정 시스템을 개혁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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