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찬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pjc@hani.co.kr
이을용. 2002년 월드컵 축구의 주역인 그는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쿠엘류에서 본프레레로 바뀌는 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본프레레에 찍혔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을용은 프로리그에서도 국내 팬들에게 생소한 터키리그에 진출했으나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2년의 영웅 이을용은 점차 축구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서 ‘을용타’의 지존인 그는 여전히 스타다. ‘을용타’는 2003년 1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중국과의 경기에서 거친 플레이를 펼친 중국의 공격수 리이를 이을용이 뒤통수를 때려 응징한 것을 일컬어 생겨난 말이다. 뒤통수를 부여잡고 쓰러진 리이 앞에 분노에 찬, 그러나 위풍당당한 이을용의 사진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누리꾼들은 “동북공정으로 역사 왜곡을 일삼는 중국에 대한 응징”이라며 ‘을용거사’라고 키득거렸다. 그 뒤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m) ‘을용타갤’(갤러리)에는 다양한 합성사진이 등장했다. 을용타 ‘잔혹편’에서 이을용은 공사장 차를 운전하고, 손에 전기톱이나 권투 글러브, 포크, 망치 등을 들기도 한다. 또 이을용의 얼굴이 차범근, 문희준, 비키니 차림의 치어리더, 텔레토비, 동상 등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이미지와 메시지로 가공된다.
최근 을용타는 다시 한번 진화했다. 이번엔 ‘을용축’이다. 원본 사진은 이을용이 부천SK 시절 수원 삼성과 경기 중 공중에서 발차기하는 장면이다. 공중 발차기를 하는 이을용의 표정이 압권이다. 디시인사이드에서 누리꾼 ‘tomati’가 돌려차기를 회축이라고 부르는 것에 착안해 을용축 패러디를 시작했다. 을용타가 단순히 웃기 위한 패러디였다면 을용축은 사회적 메시지도 있다. 을용축은 주로 일본과 고이즈미를 응징한다. 독도와 역사 왜곡으로 불붙기 시작한 반일 정서가 을용축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또 생방송 중 성기 노출로 물의를 빚은 인디밴드나 미국의 오노 등도 응징 대상이다. 누리꾼들은 을용축에 대해 “기발하다” “재미있다” “속이 시원하다”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
을용타, 일용축 시리즈는 패러디의 발생과 진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정작 축구팬들이 이을용에게 기대하는 것은 2002년 월드컵에서 보았던 시원한 골과 어시스트가 아닐까? 이제는 ‘을용골’이나 ‘을용시스트’(을용+어시스트)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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