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한겨레21 편집장 k21@hani.co.kr
귀여운 경제를 아십니까.
아이가 몹시 울고 있습니다. 중병에 걸린 듯합니다. 아빠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거리에 나가 호소합니다. “경제를 살려주세요! 우리 경제 살려주세요!” 1991년이었을 겁니다. 일요일 저녁마다 방영되던 코미디 프로그램 화면의 잔상이 아직도 어른거립니다. 공익 캠페인처럼 꾸민 ‘경제 살리기’ 연작인데, 꽤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경제는 아직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15년 가깝게 흘렀지만, 경제라는 아이는 더 심하게 앓으며 자지러집니다. 이번에는 제가 코미디를 구성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아빠가 아닌 엄마입니다. 너무 경제 걱정에 찌들었는지, 말을 못 붙이겠습니다. 퉁명스럽게 한 가지 방식으로만 대꾸를 하는 탓입니다. “경제를 살려야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 엄마 얼굴이 자꾸 박근혜 대표처럼 보입니다.
그가 큰 결심을 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만납니다. “지금 경제를 챙겨야지, 미팅 따위나 해서 되겠습니까”라고 충고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박 대표는 대통령의 대연정 프러포즈에 ‘경제 이야기’로 맞불을 놓는다고 합니다. 그 프러포즈가 근사한지 아닌지는 뒤로 미룹시다. 줄곧 경제 메뉴로만 대응하는 건 고장난 녹음기 같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한겨레21>도 경제전문 주간지로 업종 전환해야 하는 게 도리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국에 경제 말고 그 무엇이 중요하단 말입니까! 농담입니다. 아무튼 좀 짜증납니다.
하지만 시중의 여론은 노무현 대통령에 더 짜증을 냅니다. 누군가는 저에게 이런 표지 제목을 제안했습니다. “노무현, 그 입 다물라.” 그는 공격받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조·중·동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도 대통령의 ‘탈선’을 준엄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볼 때 그는 민심을 이반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청와대 상공엔 B-29 수백대가 떴습니다. 색깔을 초월한 언론의 폭격, 융단폭격입니다.
그럼에도 ‘대연정’은 정치권의 거대한 화두로 자리잡았습니다. 처음에는 그야말로 ‘개무시’를 했지만, 가타부타 코멘트를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그 코멘트를 누가 하느냐에 따라 큰 뉴스가 됩니다. 결국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세를 뒤집을 것이라는 의견도 조심스레 물밑에서 오릅니다. 대담한 승부수가 다시 한번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패배할 수도 있겠지만, 선지자는 당대에 몰매를 맞기 마련이라는 문장이 준비돼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노무현의 정치적 분신이랄 수 있는 유시민 의원을 만났습니다. 아주 길게 차분히 대통령의 진심을 추궁했습니다. 그것은 “정치를 살리자”로 요약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코미디와 연결시키자면, 정치라는 아이가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빽빽 울고 있다는 겁니다. ‘아빠 노무현’의 외로운 결단이랍니다.
한국 사회 돌아가는 판도에 관심 있다면 내기를 해봅시다. 돈을 건다면 더 짜릿합니다^^. 예측을 불허하는 노무현의 도박, 이 폭풍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를!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골프’ 두고 “박세리도 국민에 큰 힘 됐다” 점입가경
우크라, 러에 에이태큼스 발사…푸틴, 핵 문턱 낮춰
이재명 지시·묵인 증거없이…‘관용차 혐의 추가’ 법카 유용 기소
‘세계 1% 과학자’ 4년째 재판에 묶어둔 ‘검찰 정권’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사망…차량 테스트 중 질식
생후 18개월 아기 가슴에 박힌 총알…두개골 떨어지기도
검찰을 그려봤더니 [한겨레 그림판]
“김건희, 무당에 성경 읽어주는 여자” “여의도엔 이미 소문 파다” [공덕포차 2호점]
내가 쓰는 폼클렌저, 선크림 잘 닦일까?…‘세정력 1위’ 제품은
‘이재명 법카 혐의’ 기소에…“무혐의 처분인데 검찰 ‘마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