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일본의 몽골 외침을 물리친 신의 바람. 비슷한 말은 신바람. 일본 말로는 가미카제. 이 말에서 유래한 ‘1차 동해 신풍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일본은 몽골의 침입에 앉아서 꼼짝없이 당하게 되었는데 거센 바람이 불어 규슈에 거의 닿은 몽골군의 배를 뒤집어버렸다. 대륙에서 거침없던 몽골군이지만 바람을 맞고 바다에 서 있자니 어질어질했다. 몇번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일단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몽골 또한 퇴락의 길을 걸었다. 일본은 이 거대한 외침을 본의 아니게 물리치게 되면서 몇 세기 동안 태평성세를 구가하게 되었다. 물론 대대로 ‘신바람’에 감사했다. 제2차 세계대전시 전쟁의 끝물이 극악을 부릴 때 일본은 자살특공대 가미카제, 신풍을 꾸려서 이 바람의 힘을 다시 얻고자 했다. 눈을 부릅뜨고 비행기째로 목표물을 향해 박아 자폭했던 가미카제는 전쟁의 향방을 되돌리지는 못했지만 이후 9·11 테러의 원조가 되었다. 일본은 이 신풍이 얼마나 친근했던지 경계수역에 ‘신풍호’라는 한국 배가 나타났을 때도 옆에 가 앵겼다. 바로 6월1, 2일 양일간 벌어진 ‘2차 동해 신풍 사건’이다. 신풍호는 한-일 경계수역을 잠깐 넘었다가 ‘아이쿠나’ 하고 다시 한국 영해로 들어갔지만 일본 경비정은 신풍호를 쫓아들어가서 옆구리에 배를 댄 채 하루하고도 6시간을 붙어 있었다. 지난해에만도 150척의 배가 조업하다 붙잡혔다지만 유독 이 배에 친근함을 보인 이유는 뭘까. 사실은 배를 나포하려던 것이 아니라 길을 잃은 신풍을 구하려는 갸륵한 심사의 발로였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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