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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통계] 5 .87배

등록 2005-05-25 00:00 수정 2020-05-03 04:24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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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근로자 소득 5분위배율’은 지니계수와 함께 소득불평등도를 재는 잣대의 두축을 이룬다. 이 5분위배율을 뽑아내는 과정은, 통계청이 대표성을 띤다고 여겨지는 도시근로자 3500가구를 미리 선정해 다달이 가계부를 쓰게 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작성된 가계부를 바탕으로 소득 수준별로 도시근로자 가구를 한줄로 늘어세워 다섯 토막을 낸 뒤 맨 꼴찌그룹(20%)의 평균소득으로 선두그룹(20%)의 평균소득을 나눈다.

올 1분기(1~3월) 꼴찌그룹의 평균소득은 112만3천원, 선두그룹은 658만7300원. 따라서 소득 5분위배율은 5.87배다. 이 수치가 클수록 소득분포가 불평등함은 물론인데, 최근 들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1997년 1분기 4.81에서 98년 5.52, 99년 5.85로 높아진 뒤 2002년 5.40으로 낮아졌다가 2003년 5.47로 반전돼 2004년 5.70으로 확대됐다. 경제 전반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다.

소득불평등 수치가 발표될 때마다 경제부처 수장 격인 재정경제부는 홍역을 치른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5월19일 통계청 발표 뒤 재경부는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어 원인 분석과 함께 다른 나라와 비교한 값을 내놓았다. 재경부는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미국의 5분위 배율 14.7배(2003년 기준)까지 들어가며 우리나라는 그래도 양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수치는 지난해 하반기 경기 부진의 여파 탓이어서, 2분기 들어서면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보탰다.

제시된 수치로 보아 미국보다 양호하다는 점은 분명한데, 통계치의 속을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5분위배율 조사대상인 도시근로자 가구에는 일반 기업체의 임원, 정부 기관의 장·차관과 청장, 시도지사 등 최상층부는 빠져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현실에서 상·하위 계층 사이의 격차는 통계속보다 훨씬 높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이 재산증식의 주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주로 여기서 비롯되는데, 지니계수나 5분위배율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있다. 부동산 문제가 여전한 상태에서, 다른 나라와 견준 수치를 들어 아직은 비교적 평등한 수준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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