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보협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bhkim@hani.co.kr
인터넷이 ‘동물의 왕국’이 돼버렸다. 인터넷은 대체로 사람 혹은 사람이 벌인 일이 화제가 되고 논란이 돼온 공간이었다. 지난주는 달랐다. 4월2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울타리 바깥으로 도망쳐나온 코끼리들이 인터넷 ‘안방’으로 들어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순한 눈을 가진, 그래서 마치 광합성을 할 것만 같은 이 친구들은 식당과 가정집에 들어가 ‘난동’을 피웠음에도 누리꾼들의 지탄을 받기는커녕 애잔함을 불러일으켰다.
“코끼리들아~ 잘들 놀다왔냐? 인간들의 놀잇감이 돼주기 힘들었을 텐데 잘했다~! 그동안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 텐데 그렇게라도 풀어야지~ 아주 잘했다!”(네이버 gundam3284)
“사람도 공부랑 일하기 싫어서 난리인데, 코끼리는 서커스하기 오죽 싫겠냐? 전부 고향으로 돌려보내라!!!”(다음 Sugarwink)
이런 경향은 ‘코끼리 탈출 소동’ 이후 <인터넷 한겨레>가 실시한 라이브폴에서도 확인됐다. ‘동물을 이용한 공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설문에는 1200여명이 참여했다. ‘동물학대이니 그만둬야 한다’는 응답(79.5%)이 ‘즐거움을 주니 계속해야 한다’(20.5%)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뿐만 아니라 동물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봄철이면 아이들 손을 잡고 한번쯤 둘러보는 동물원에는 교육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이 있다.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동물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동물들이 살던 곳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물개가 공놀이를 하고, 원숭이가 사람처럼 놀고, 코끼리가 쇼를 하는 것은 인위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채찍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먹이로 유혹해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은 동물들의 ‘동권’을 침해하는 행위인 셈이다.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모임인 ‘하호’(하늘다람쥐에서 호랑이까지 http://haho.kfem.or.kr/)는 경기도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을 관찰한 뒤 ‘슬픈 동물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코끼리 소동’ 이튿날인 21일엔 서울 세종로 한복판에 밍크고래가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고래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촉구하기 위해 15m 길이의 모형고래를 들고 나왔다. 고래는 한 마리에 수천만원에 달해 고래사냥은 ‘바다의 로또’로 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부터 고래잡이가 금지됐다. 그럼에도 최근 작살을 이용한 불법 포획이 늘고 있다. 지구상 수많은 종 가운데 하나인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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