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지난 4월19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78) 추기경이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것이다.
115명의 추기경이 18일부터 이틀째 이곳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교황 선출 투표를 벌였다.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이 비밀회의의 결과는 성당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의 색깔로 공지된다. 검은 연기이면 전체 3분의 2를 득표한 자가 없어 투표가 무효처리됐다는 것이고, 하얀 연기이면 새 교황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시스티나 성당은 1278년 니콜라오 3세의 제안으로 세워져 식스토 4세의 명에 따라 조반니 데 돌치가 1473~81년에 전면 개축했다. 시스티나의 내부는 모든 면이 ‘화폭’이다. 특히 미켈란젤로는 그의 예술혼을 시스티나에 바쳤다. 성당 안 천장에는 프레스코화인 <천지창조>가, 제단 뒤에는 <최후의 심판>이 있다.
이날 시스티나 성당 밖에서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몰려 ‘하얀 연기’를 기다렸다. 개중에는 독실한 가톨릭 신도와 관광객들 외에도 가톨릭의 보수성을 비판한 <다빈치 코드>를 쓴 댄 브라운의 팬들도 있었다.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부인이었으며 예수의 혈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다빈치 코드>는 교황청을 곤혹스럽게 했다. 가만히 있자니 ‘사실의 왜곡’을 두고 볼 수 없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니 소설만 띄워주는 꼴이 될 것 같아서였다.
댄 브라운은 <다빈치 코드>에 앞서 <천사와 악마>라는 책도 썼다. 콘클라베 기간 중에 교황 후보가 납치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교황 선거 절차를 세밀히 다룬다. <다빈치 코드>의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 박사는 이 책에서도 시스티나를 비롯해 바티칸 곳곳을 누비며 맹활약한다. 그래서 바티칸에서는 ‘북 투어’가 유행할 정도다.
요즈음 사람들은 소설로 가톨릭을 배운다. 교황 선거에 대한 전례 없는 관심도 <다빈치 코드>의 흥행과 맞닿아 있다. 바티칸은 댄 브라운에게 감사해야 할까, 화내야 할까? 국내에서 이미 30만부가 팔린 <천사와 악마>는 교황 서거에 힘입어 다시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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