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지금 세계는 복고풍의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일찍이 복고풍은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에서 시작됐다. ‘빈티지’라는 이름의 고급 복고풍 패션은 아직 세계를 휩쓸고 있다. 어느 날 엄마의 빛바랜 구치 가방, 아버지의 고물 롤렉스 시계가 ‘쿨’한 패션으로 재해석됐다. 대를 이어 사치하자! 이것이 빈티지의 슬로건이다. 가톨릭도 유행에 뒤질세라 복고풍에 합류했다. 바티칸이 어디던가? 패션의 땅, 이탈리아 아니던가? 목숨 걸고 유행을 좇을 수밖에. 새로 선출된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교황. 그는 복고풍의 교리를 충실히 지키는 ‘신의 충견’이다. 충견은 부르짖는다. 낙태, 피임 반대! 여성사제 임명 절대 반대! 성직자 결혼, 동성 결혼 결사 반대!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에는 이미 한 마리의 충견이 맹활약 중이다. 부시라 불리는 푸들. 신앙과 지역은 달라도, 충견들은 같이 부르짖는다. 신의 이름으로 도덕적 다수파가 앞장서서 가족의 가치를 지키자! 줄기세포연구 줄기차게 반대! 부시의 재선으로 낙태와 동성애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이미 빈 라덴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중동의 사막에도 이슬람판 복구풍인 원리주의 바람이 거세다. 부시, 교황, 빈 라덴의 삼각동맹 속에서 빛바랜 남근중심주의와 고물 이성애중심주의가 ‘쿨’한 윤리로 재해석되고 있다. 역시 ‘위 아더 월드’다. 지구촌은 하나! 세계는 복구 중! 대를 이어 보수하자! 복고가 싫은 자, 지구를 지켜라!
코끼리가 끼리끼리 작당해서 도망쳤다. 사고도 쳤다. 과도한 업무 탓이다. 하루에 7차례 쇼를 시키고, 사람을 등에 태우게 했단다. 세계 최장 시간의 인간 노동도 모자라서 세계 최장 시간의 코끼리 노동까지 강요하다니, 코끼리는 코리아에 너무 화가 났다. 동남아 출신 이주동물인 코끼리는 탈출을 한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 파업에 나섰던 것이다. 하루 8시간의 쇼타임을 보장하라! 우리를 벗어날 이동의 자유를 달라! 울부짖었던 것이다. 코끼리의 ‘택’은 치밀했다. 3마리가 집단시위를 하는 사이 3마리는 각각 1마리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민족 한국인은 코끼리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잡아가두려고만 했다. 코끼리는 더욱 화가 났다. 이참에 ‘베지테리언’ 코끼리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확실히 보여주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삼겹살집을 공격했다. 식기를 부수고, 창문을 깼다. 하지만 한국인은 좀체 보기 힘든 ‘리얼리티’ 코끼리쇼에 그저 열광할 뿐이었다. 이성을 잃은 코끼리는 넋 나간 구경꾼을 이주동물 단속반원으로 착각했다. 그래서 그를 밀치고 도망쳤다. 하지만 코끼리의 파업은 결국 구속으로 끝났다. 이주동물 코끼리는 다시 ‘우리’ 안에 갇혔다.
이상하다. 대통령의 숨겨진 딸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숨겨진 아들 이야기는 별로 못 들어봤다. 고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진 딸, 마자린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아니 관심도 없지만, DJ에게도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통령 아버지와 숨겨진 딸, 뭔가 그림이 나온다. 신비스럽고 애처러운 동양화 한폭이 나온다. 이 기회에 한자 하나를 추가하자. 한자로 여자가 아들을 안고 있는 그림은 좋을 ‘호’가 됐다. 남자가 딸을 안고 있는 그림은 의심스러울 ‘혹’으로 정하자! 그리고 그 혹자에 혹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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