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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한승조에게 ‘만원’을 부조하다

등록 2005-03-16 00:00 수정 2020-05-03 04:24

▣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재밌는’ 이야기가 아니다. ‘잼있는’ 이야기다. 빵에 발라먹는 잼이 아니다. 프린터나 복사기 앞에서 열받게 하는 jam이다. jam으로 인해 프린터 종이가 걸리는 것처럼, 이야기에 jam이 있다면 목구멍에 걸려야 한다. 그러나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이자 고려대 명예교수인 한승조씨의 jam있는 말은 목구멍을 술술 통과해서 나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에 기초하여 열혈 시민들은 주장한다. “그 목구멍을 경찰청으로!”
‘수구초심’이었다. “일제 식민지배는 축복”이란 수구세력의 초심이었다. 한승조씨는 이 한마디 말로 천냥 빚을 갚았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독도나 위안부, 과거사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의 문제를 놓고 사사건건 시비 거는 모양을 보며 일본에 진 마음의 빚을 갚은 셈이다. 게다가 한승조씨의 발언에 ‘부조’가 이어지고 있으니 경사 났다. 봉투엔 ‘만원’밖에 안 들었지만…. 더 하고 싶어도 ‘만원까지’밖에 못한다. 우익의 변방에서 외로워하던 ‘지(至)만원’씨의 지지 행보. 더구나 스타 조갑제씨도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한승조, 지만원, 조갑제…. 나는 수구계에서 명망을 가진 이 세 사람이 명랑한 가사와 율동으로 재롱을 부리는 이벤트를 상상해본다. 한줄로 ‘정렬’해서 ‘정열’적으로 개그맨 ‘김정렬’을 흉내내는 거다. “숭구리당당 숭당당 수구수구당당 숭당당.” 흘려넘길 클래식 레퍼토리가 아니다. “수구수구당당!” 아, 수구의 당당함이여! 수구계의 대표곡 되겠다. 이참에 신당 이름도 하나 지으시길. 숭그리당!
“꿇어!” 학생들이 한승조씨에게 요구한다. 서울의 한 대학 총학생회는 한승조씨의 망언을 규탄한다며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안타깝다. 꼭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하는가. 서서 사죄하면 안 되는가. 75살 노인네가 골다공증이나 관절염에 걸리지는 않았는지 사전확인은 안 해봤는가. 시대 분위기는 서태지를 넘어 세븐인데, 운동권 성명서의 분위기는 80년대 김정구다(다른 말로 하면, 나이는 ‘동방신기’인데 하는 짓은 ‘서방신기’).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강력 규탄한다… 엄중히 촉구하는 바이다…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그래놓고 끝까지 투쟁하는 것 별로 못 봤다. 특히 젊은 운동권 대학생들이여, 성명서 좀 발칙하게 써보라. ‘풍차’가 아닌 ‘풍자’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가 돼보시길. 아무튼 구시대적 성명서 문투를 강력히 규탄하며 좀 재밌게 쓸 것을 엄중히 촉구하… 지는 않겠다. 그러든지 말든지!!
성능력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법원은 9~12살 여자아이들만 골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30대 후반의 남성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그리고 그의 성능력이 감퇴할 때까지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언제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통설에 따르면, 할아버지들도 문지방 넘을 힘만 있으면 할 건 다 한다고 한다. 문지방 넘을 수 없을 때까지 그는 갇혀 있어야 하는가. ‘스스로 서는’ 그날이 아닌 ‘절대 스스로 안 서지는’ 그날을 꿈꿔야 하는가. 교도관들은 밤마다 그를 아기 어르듯 재워야 할까. “고자~ 아니 코자~!”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보내온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 한 독자는 ‘헌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헌재를 헌재에게! 그러나 맡길 새도 없이 사퇴하고 말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 게 아니라, 땅 사고판 뒤 얼굴이 굳어진 케이스다. 또 한 독자는 이번 사건을 개탄하며 공직자들의 ‘사이코 정신’이 문제라고 일갈했다. 그 한국적 어원을 아시는가? 사이코, 음… 사익호(私益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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