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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독도, 끓다

등록 2005-03-02 00:00 수정 2020-05-02 04:24

▣ 김순배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arcos@hani.co.kr
‘거리’. 국거리, 반찬거리는 밥상에 오른다. 인터넷에도 늘 ‘거리’가 오르고,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거리’는 자주 누리꾼을 들뜨게 하지만, 누리꾼의 가슴을 후벼파기도 한다. 어찌됐든, 누리꾼은 요리를 게걸스레 먹어치운다.
화폐, 독도, 이은주. 지난주 ‘거리’는 이랬다. 먼저, 누리꾼은 한국은행이 위조지폐에 대처하기 위해 지폐도안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뒤, 새 도안에 들어갈 인물 고르기에 들떴다. 광개토대왕과 독도, 김구, 단군, 신사임당….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자”며 인물을 고민하는 누리꾼의 밥상은 즐거웠다. 광화문 현판 교체와 맞물려, 한글을 테마로 훈민정음과 ‘ㄱ’ ‘ㄴ’ 등을 그려넣자는 제안은 싱그러운 샐러드였다. 재정경제부가 “지폐도안 교체는 경기 활성화 등 시급한 문제가 많으니 나중에 검토하자”고 밥상을 엎을 때까지.
독도는 식지 않는 찌개였다. 새 화폐도안 중 하나로 언급되며 따끈히 데워졌던 독도. 독도는 2월23일 주한 일본 대사의 독도 관련 발언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명백한 일본의 땅이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가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을 제출했던 터라, 독도는 넘 뜨거워졌다. “다시는 망언을 못하게 하라” “일본과 외교를 단절하라” “외교통상부는 뭐하나?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세워라”. 다음이 실시한 ‘독도망언 일본대사관 추방’ 서명은 25일 1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대사관을 추방하라.”
이은주. 그가 자살한 22일. 엠파스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30개 가운데 28개는 이은주 관련 기사였다. 화폐와 독도로 시끌벅적하던 누리꾼의 식탁은 우동 한 그릇처럼 휑하고 슬펐다. 이은주 추모 카페와 팬 카페는 검정 리본으로 가득 찼다. “편히 잠드세요” “오래도록 기억할게요” “언니, 사랑해요”. 도무지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해서 자살했대”라는 누리꾼의 ‘뒷담화’가 제상을 어지럽힐 때까지.
전여옥, 유시민. 둘은 늘 누리꾼이 즐기는 기호품이다. 24일 밤 문화방송 <100분 토론>에서 맞붙은 전여옥 대변인과 유시민 의원의 ‘입심 대결’은 방송도 되기 전부터 밥상에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시청률은 최근 석달간 최고인 5%를 올렸다. 하지만 토론은 “싱거웠다” “김이 빠졌다”. 먹음직한 요리를 기다렸던 누리꾼은 “실망했다”.
밥상은 늘 다시 차려진다. 들뜨거나, 슬프거나, 실망스럽거나. 이번주에는 누가 누리꾼에게 맛있는 요리를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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