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록/ 한겨레21 편집장 peace@hani.co.kr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발언을 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일본의 고위 관료나 우익 세력들이 이런 자극적인 주장들을 불쑥불쑥 내놓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은 좀 다른 것 같다. 그가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현직 외교관 신분인데다, 일본도 아닌 한국 땅에서 그런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에다 속내를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나 노골적이어서 경악하게 된다. 일본 시네마현 의회가 ‘독도의 날’ 제정 조례안을 상정한 직후라는 점 때문에도 더욱 그렇다. 주한 일본대사관과 일본 정부는 “한-일 양국간에 독도에 대한 입장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서로 냉정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일본을 성토하는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일부에서는 아예 대응하지 말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섣부른 대응은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식’의 망언을 이슈화해 노림수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올해가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여서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그동안 두 나라 정부는 올해를 ‘한-일 우정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행사와 함께 교류협력을 다짐해왔다. ‘나가자 미래로, 다함께 세계로’라는 표어까지 만들고 올 한햇동안 두 나라에서 180건 이상의 문화·체육·학술 행사를 열기로 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한창 고조돼왔으나 이번 망언 때문에 썰렁한 잔칫집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국제외교 관계이고 그 사례는 일본이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는 것 같다. ‘우정’을 얘기하다가도 돌아서서는 독도 발언을 비롯한 망언들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교과서 역사 왜곡,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을 통해 식민 지배 합리화를 꾀하고 있으니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지 알 수 없다. 한술 더 떠 자위대의 해외 진출 강화와 개헌 움직임, 노골적인 대북한 적대정책 등을 통해 우리의 국가 안위까지 위협하니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파티에 초대를 받았으나 언제 상을 엎을지, 상한 음식을 내놓지는 않을지 신경써야 하니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그런 일본을 다스리지 못한 책임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있지 않나 싶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한-일 협정 문서에서 드러났듯이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것을 묵인한 데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탓이 크다. 지난해 말 과거 청산 법안이 표류한 데서도 보았듯이 친일의 잔재를 씻는데도 마냥 주저하고 있으니 그들에게 우리가 꽤나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우리의 최대 수입국이면서 세 번째 수출국인 일본의 경제력에 기죽어 지내온 것도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영국 시인 워즈워스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노래했던가. 우리의 자녀, 동생들인 초등학교 학생들이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인 한국에서 그에 걸맞게 디지털 문화의 첨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고 한다. 훗날 그들이 펼쳐갈 디지털 시대에서는 더 이상 그런 수모를 겪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디지털 시대를 선도할 정보기술력으로 일본을 제압해나간다면 독도 망언을 또다시 들을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런 세상을 그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우리 어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과거 청산과 진정한 화해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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