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로 ‘송짱’(송광수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부르는 말), ‘안사모’(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을 사랑하는 모임)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냈던 검찰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검사 아들 답안지 조작 사건’ 수사에서 ‘제 식구 감싸기’를 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 동부지검은 최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병욱(49) 전 대구고검 검사의 아들이 성적이 좋은 학생의 답안지를 직접 베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구속기소한 서울 배재고 오동원 교사의 공소장을 보면, 오 교사는 정 검사의 아들을 물리실로 불러 5차례나 답안지를 직접 베껴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동부지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 대목만 쏙 뺐다. 기자들이 “정 검사와 아들이 오 교사의 답안지 조작 사실을 알았느냐”고 묻기까지 했으나, 동부지검 관계자는 “의혹은 있지만, 정 검사와 아들이 부인하고 있어 입증에 실패했다”고만 답했다. 검사 아들이 직접 답안지를 베꼈다면 정 검사가 오 교사의 범행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큰데도, 동부지검은 이를 더 이상 캐지 않았다. 검찰은 오 교사만 구속기소하고 정 전 검사는 위장전입한 혐의만 인정해 주민등록법 위반죄로 불구속기소했다.
동부지검은 정 검사 아들의 과외교사까지 참고인으로 소환하는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결과는 ‘서일필’(鼠一匹)이었다. ‘송짱’과 ‘안짱’의 활약으로 검찰 역사상 유례없이 높게 솟은 ‘주가’가 후배 검사들의 빗나간 ‘의리’로 폭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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