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판교가 들썩인다!’ 투기꾼들을 설레게 하는 부동산 얘기가 아니다. 새도시 개발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영세 철거민들의 분노로 판교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용역업체의 강제 철거를 실력으로 저지한 판교철거민대책위원회(대책위)는 최근 ‘전의’를 가다듬고 있다. 정부가 새도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철거 작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설 연휴도 끝나고 날씨도 점차 풀리고 있어 철거가 기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세입자와 영세공장주, 화훼농가 등으로 구성된 철거민들은 정부에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종대 건교부 새도시기획단장은 지난 2월2일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철거민들이 요구하는 이주단지나 영세공장, 상가를 위한 대책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철거민들은 “서 단장이 ‘당신들 요구를 관철시키고 싶으면 국회에서 법을 바꿔오라’고 말했다”며 어이없어해 했다. 이들은 판교 새도시 건설에 따른 이익이 소수의 투기꾼들에게만 돌아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땅에 뿌리를 내렸던 ‘원주민’들은 뿌리를 잘린 채 새도시 주변을 떠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새도시 아파트 분양가 파동의 뒤에는 언제나 원주민들의 눈물이 있었다.
판교(板橋)의 옛 이름은 ‘널다리’다. ‘널다리’는 이 마을 앞을 흐르는 운중천에 넓은 판자로 다리를 놓은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주민들은 판자로 만든 널다리처럼 자연친화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개발을 원하고 있다. ‘투기’가 아닌 ‘인간’을 위한 개발을 보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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