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춘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jona@hani.co.kr
실용주의를 앞세운 교육부총리의 임명과 낙마, 삼고초려, 하마평 끝에 마침내 세제 전문가 교육부총리가 출현했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 학교가 경제 논리의 실험장이 되더라도 청소년들의 발랄함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 인터넷이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은 데는 이들 청소년의 숨결이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교육부: 모든 학교들의 위에 군림하는 정부의 한 기관. 주로 여러 가지 황당한 정책을 발표하거나 조령모개로 정책을 바꿔 일선 교사들과 학생들을 당황시키는 업무를 한다.
△벌점: 학교에서 주는 점수 중에 유일하게 받기 쉬운 점수. 다른 점수들과는 달리 모범생일수록 점수가 낮다.
△생활기록부: 학생들의 온갖 단점들이 장점으로 바뀌어 미사여구로 수식되는 문서를 말한다. 대학에 보여주기 위한 대외용 문서이다. 예) 잠이 많다→ 과묵함
몇명의 청소년들이 만든 패러디 ‘학교대사전’(myhome.naver.com/ssanzing2) 사이트가 화제다. 이 사전은 학교와 관련된 352개 단어와 속담 풀이를 통해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패러디하고 있다. 이 밖에 유명 수학교재 저자 등을 풀이한 ‘인물’편, ‘체벌무기’ 등을 망라해놓은 ‘부록’편, 교과서에 실린 시를 패러디한 ‘시’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것으로 알려진 사이트 운영자들은 인터넷판 머리말에서 “어느 날부터 도서관에 가서 연습장에 끼적이던 학생대백과사전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업을 병행하면서 취미 삼아 만든 것으로 보이는 이 사전은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는 드물게 개통 사흘 만인 1월28일 현재 방문자가 11만명을 넘어섰다.
이 사이트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은 단순한 흥미 이상으로 보인다. ‘온라인 발간’에 앞서 연습장을 친구들끼리 돌려볼 때 쓴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머리말에는 “학생들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내몰렸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다. …필자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에 발벗고 나서 학생들이 스스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에서 사전을 펴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이 사전에서 적잖은 시대의 무게를 읽어내고, 또 웃음으로 그 무게를 덜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이트가 개통되어 화제가 된 이후에는 네티즌들의 집단 창작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야간 자율학습이 빠졌군요’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추가요’…. 자유게시판에는 새로운 단어, 새로운 해석을 제안하고 오류를 지적하는 글들이 계속 오르고 있고, 운영자들은 이 내용을 반영해 사전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한동안 포털사이트들의 인기상품이었던 지식검색이 인터넷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열린 패러디 사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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