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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세상] ‘펌’의 비밀

등록 2004-12-29 00:00 수정 2020-05-03 04:23

▣ 김순배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marcos@hani.co.kr

개인정보 노출이 싫어서 ‘회원 가입’을 요구받으면 방문한 사이트를 아예 빠져나가는 네티즌들.
그 네티즌들의 주소, 전화번호, 심지어 주민번호까지 온갖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그래서 개인정보 사냥꾼들에게 먹잇감이 되는 곳이 동호회나 동창회 홈페이지·카페로 밝혀졌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이 지난 11월 한달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모두 409개 인터넷 사이트에서 6만1253명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 게시 또는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246개로 60.3%를 차지한 곳은 동호회, 동창회 등 비영리 단체나 협회의 사이트와 카페. 26개 사이트에서는 2900명의 주소와 전화번호는 물론 주민등록번호까지 검색됐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몇해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갑자기 연락이 와서 보험이나 각종 회원 가입 등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정보통’은 졸업앨범이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의 졸업앨범은 주로 맨 뒤에 주소와 전화번호 등이 빼곡하게 실려 있었다. 이 때문에 ‘동문’ 아닌 ‘동문’들이 졸업앨범을 구해서 추억의 친구찾기 대신에 열심히 마케팅에 나섰다.
하지만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는 그 ‘정보통’도 인터넷으로 옮겨왔다. 동호회나 동창회 홈페이지와 카페에는 휴대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적어놓는 곳이 수두룩하다. 가장 기계적인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도 네티즌들이 별 걱정 없이 개인정보 등을 공개하는 곳이 끈끈한 오프라인의 정이 흐르는 동호회나 동창회 등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개인정보는 단순히 ‘마케팅’ 전화나 스팸메일에 그치지 않고 범죄로까지 이어진다. 온갖 ‘펌’이 떠도는 인터넷에 노출된 개인정보는 붕어빵 봉지에 드러난 개인정보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어디론가 퍼져나간다.
이 탓에 정보통신부는 개인정보 ‘대청소’에 나섰다. 정보통신부는 한국정보보호진흥원과 공동으로 12월22일부터 한달 동안 인터넷 이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검색해 직접 지우는 ‘노출된 내 개인정보를 찾아라’ 캠페인을 벌인다.
네이버, 엠파스, 파란닷컴 등 7개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에 자기정보(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가입 동호회명 등)를 검색어로 입력한 뒤,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이 확인되면 해당 웹사이트의 운영자나 포털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하거나 직접 지우면 된다. 삭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www.1336.or.kr)에 신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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