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19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골리앗 농성’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에서 ‘재연’됐다. 김주익·김기식·김경진·이수종씨 등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4명은 지난 11월26일 비정규직 법안 철폐를 요구하며 국회도서관 증축공사를 위해 설치된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다. 이들은 침낭과 초콜릿, 물만으로 살인적인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고 있다.

이들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다. 노동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보고 정부와 정치권에 성의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 법안의 국회 상정이었다. 결국 4명의 대표는 최후의 수단인 ‘골리앗 농성’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국회 밖에서 한달 이상 노숙을 하며 농성을 벌였지만 정치권에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골리앗 농성의 원조는 1990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다. 당시 이갑용 현대중공업 노조비상대책위원장(현 울산동구청장)과 노조원 100여명은 경찰의 강경 진압을 피해 82m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13일 동안 농성을 벌였다. 골리앗은 이곳 노동자들이 크레인에 불여준 ‘애칭’이다. 골리앗 농성은 노동운동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이후 현대 계열사를 비롯한 대형 사업장의 노동운동에 자주 응용됐다. 지난해에는 한진중공업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 동안 골리앗 농성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기아특수강 해고노동자 조성옥씨도 회사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132일 동안 50m 높이의 공장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
‘골리앗’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지만,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외로움은 자살의 유혹까지 느끼게 할 정도로 참기 어렵다고 한다. 국회 안에서 ‘골리앗 농성’을 택한 비정규직 대표 4명의 외로움을 정부 당국자와 정치인들은 얼마나 헤아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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