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에이드 무바라크!”(라마단의 종료를 축하합니다)
11월14일 서울 한남동의 이슬람 중앙성원에서는 라마단의 종료를 축하하는 ‘에이드 알 피터’ 축제가 열렸다. 이슬람 성원을 가득 메운 5천여명의 무슬림들은 서로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슬람력으로 9월에 해당하는 라마단은 10월15일 시작해 11월13일에 끝났다. 무슬림들에게 라마단은 해 뜨면 단식하고, 해 지면 기도하면서 보내는 성스러운 기간이다. 한국의 10만 무슬림도 라마단을 치렀다. 이날 고난의 라마단은 끝났지만, 무슬림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라마단의 마지막 날이었던 13일, 미군은 팔루자 점령을 선언했다. 외신은 팔루자 전투에서 저항군 1200여명이 숨지고, 미군 38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했다. 민간인 사상자 수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팔루자 시민들은 낮에는 미군의 공습에, 밤에는 저항군의 반격에 시달려야 했다. 사원의 도시인 팔루자는 초토화됐다. 팔루자의 150개 성원이 미군과 저항군의 공습을 받고, 시민들은 사원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라마단 기간이지만, 사원에서는 기도 소리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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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은 나눔의 기간이다. 라마단의 저녁이면 무슬림들은 거리에 식탁을 차리고 가난한 이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팔루자의 라마단은 굶주림의 연속이었다. 아랍권의 적십자사인 ‘적신월사’(RCS)는 팔루자의 어린이에게 음식을 전하지도 못했다. 미군이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외신은 팔루자 거리에 어린이들의 주검이 널브러져 있다고 전했다.
라마단의 마지막 성일인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10억 이슬람 민중은 슬픔에 젖었다. 미군의 선언과 달리 팔루자 외곽에서는 교전이 이어지고 있고, 모술은 제2의 팔루자가 되고 있다. 이라크 곳곳에서 무슬림 전사들은 순교를 각오한 채 미군에 맞서고 있다. 라마단은 끝났지만, 순교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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