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kimmy@hani.co.kr
고교등급제 후폭풍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다. 고교등급제의 수렁을 넘어 ‘무사히’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청춘남녀에게도 등급제는 오래 계속된다. 결혼은 더 이상 ‘남녀간 사랑의 완성’이 아니다.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애정’이 아닌 ‘조건’이 되었다. 세태를 반영하듯, 인터넷에서는 한 결혼정보회사의 ‘최고의 신랑·신붓감’ 조건이 떠돌아 화제를 뿌렸다.
만약 당신이 최고의 신랑감이 되려면? “서울대 출신, 판·검사 또는 벤처 사장, 연봉 5천만원 이상, 키 175cm 이상에 호감 주는 인상, 아버지는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이나 50대 대기업 임원 이상, 은행 지점장 이상, 변호사, 교수 등 특수직 종사자, 부모의 재산 2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최고의 남편을 맞을 수 있는 신붓감이 될 수 있는 조건은? “서울대 또는 이대 출신에 연봉 3천만원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여야 한다. 키는 165cm 이상에 몸무게는 50kg 미만의 마른 형이어야 하고 안경을 쓰지 않은 미인형이어야 한다. 아버지의 조건은 남편감과 같고, 재산은 3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이 밖에 ‘신랑·신붓감’ 조건을 보면, 직업·학벌·집안환경·재산·외모 등 각각의 기준(남자=30:직업 25:학벌 20:집안 배경 20:재산 5:외모, 여자=40:외모 20:집안 배경 20:직업 10:학벌 10:재산)에 따라 100점 만점으로 점수가 매겨지는데, 최고의 조건 기준에서 멀어질수록 점수는 감점된다. 남녀 모두 65점 미만이면 결혼정보회사의 가입이 허락되지 않으며, 결혼정보회사는 비슷한 점수끼리 맞선 자리를 제공한다.
이런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10점도 안 되는군…”(ID: 이런), “아무리 좋게 꾸미려 해도 40점을 못 넘는군”(ID: 호지하), “이러다가 우리나라 젊은이들 결혼 못하는 사람이 95%는 되겠구나”(ID: 하하) 등등 들끓기 시작했다.
앞서 논란을 빚은 고교등급제에 이어 인터넷에 뜬 최고의 신랑·신부 조건은 빈익빈 부익부의 확산, 계층간 위화감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제2의 신분제’라며 분노했다. 특히 최고의 신붓감 조건에 여성의 외모가 40%를 차지한다는 점은 사회의 ‘얼짱’이 우대받는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점 때문에 뭇 여성들의 울분(?)은 더 컸다.
“34살 먹고도 결혼 못한 나. 어떤 아저씨가 내게 독신으로 살 거면 외모를 끝내주게 가꿔야 독신 생활이 무사할 거라고 하더군. 근데 여기 보니 결혼하려 해도 외모를 끝내주게 가꿔야 하는구먼. 그럼 외모가 끝내주지 못한 나는 죽으란 말이냐.”(ID: 하늘)
“내가 저런 조건으로 65점 이상이라면 난 결혼 안 해. 무엇 때문에 결혼해서 귀찮은 통과의례와 경조사, 남편과 아내의 의무를 하겠어. 혼자 즐겁게 살겠어.” (ID: 아무개)
인터넷에 공개된 ‘최고의 신랑·신부 조건’은 사실 여부를 제쳐두고라도, 인터넷이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임을 감안할 때 무작정 ‘믿기지 않는 이야기’라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결혼 시즌’을 맞은 네티즌의 가슴속에 씁쓸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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