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차례’ 지낼 엄두가 안 난다. ‘차례’대로 조지기 때문이다. 신기남 의원에 이어 이번엔 김희선 의원이다.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보수 언론이 대신 벌초를 해주고 있다. 조상 무덤 주변에 고엽제를 살포하면서 ‘의혹의 잡초’들을 제거했다고 큰소리치는 살풍경이다. ‘벌초대행회사’는 돈을 받지만, 은 땡전 한푼 안 받고 자기 돈 써가며 해준다. 잡초를 없앤 뒤 드러난 ‘산소’의 풍경을 보면서 이렇게 일갈할 듯하다. “김희선, 당신은 ‘산소’ 같은 정치인이 아니야. 아빠가 만주국 포돌이였잖아?” 김희선 의원은 결국 ‘산소호흡기’를 찾고 있다.
벌초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사실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벌초를 한다. 이발을 한 뒤에도 벌초했다는 표현을 쓴다. 면도도 마찬가지다. 벌초 이야기 나온 김에 아주 웃기는 실화를 소개하겠다. 나의 한 선배는 정관수술을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 수속을 마치니 간호사가 말했다. “집에 가서 ‘면도’하고 오세요. 수술은 내일 합니다.” 의아했다. 피임수술에 웬 면도란 말인가. 그럼에도 순진하기만 한 선배는 아무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깔끔하게 안면의 털들을 밀고 다음날 병원을 찾았다. 당근 수술은 연기됐고, 간호사는 키득키득 웃기만 했다. 다음과 같은 한마디를 남기면서. “언청이 수술하러 오셨어요?” 엉뚱한 곳 벌초하면 바보 된다. 입에 ‘면도칼’ 품고 귀신처럼 남의 조상 무덤을 배회하는 이여, 바보가 되지 않기를!
친구가 생일파티 초대 안 해주면 섭섭하다. 초등학생들, 그거 하나에 목맨다. 7살짜리 우리 집 아들은 뻔뻔해서, 초대 안 받아도 무작정 선물 들고 간다. 그래도 친구는 반겨준다. 하지만 철이 들면 이런 짓 안 한다. 소리 없이 앙심을 품든가 삐지든가 둘 중의 하나다. 전화 걸어서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딨냐”고 따진다면 추해진다. 이론상 그렇지만, 현실에선 안 그런 모양이다. 북한은 9월21일 열기로 한 개성공단개발사무소 생일파티에 한나라당 국회의원 11명만 쏙 뺐다. ‘개성공단’에 초대하고 안 하고는 그들의 ‘개성’이란다. 해당 의원들 열받았다. 부당하다며 삿대질할 태세인데 그러지 말자. ‘한나라’ 의원들이 ‘두나라’를 인정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문제다.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라. ‘한나라’와 ‘한단체’가 있다고 고집 부리지 마시고~ ‘두나라’라고 해주면 생일파티 초대해주지롱~.
‘가나다순’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교육부로부터 ‘고교등급제 실태조사’를 받은 대학들이 등급제 사실을 부인했다는 신문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이상 가나다순)는….” 괄호 안의 ‘가나다순’을 ‘가나다 등급순’으로 바꾸면 대학 순서는 어떻게 될까. 사회통념은 분명히 대학간의 서열을 암묵적으로 정하고 있다. 다 알고 있으면서 언론은 ‘가나다’ 한글 순서로 위장한다. 세상은 은연중에 모든 인간들을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 등급으로 차별한다. 외모, 재산, 학력을 통해 남녀 회원들의 ‘가나다 등급’을 비밀리에 매긴다는 결혼정보회사처럼….
아예 자신의 등급을 이름 석자에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학사모’도 못 써본 사람들은 더욱 콤플렉스를 느낄 이름이다. ‘석사모’마저 넘은 ‘박사모’…. 요즘엔 ‘애국시민’들과 함께 거리를 질주하면서 ‘국보 박사’라는 닉네임도 얻고 있다. 결국 그냥 ‘가’가 아닌 ‘스페셜 가’ 등급을 받고 있으니, 오……… 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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