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해마다 9월은 ‘추석의, 추석에 의한, 추석을 위한’ 달이다. 추석 연휴는 고작 사흘, 길어야 닷새지만, 추석으로 달려가는 20여일의 시간은 ‘연휴 전야’일 뿐이다.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며 정을 돈독히 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기원을 따져보자면 추석은 그야말로 ‘노는’ 날이다. 고대부터 어둠을 내쫓아주는 만월(滿月)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식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신라 유리왕이 음력 8월15일까지 열었던 ‘길쌈대회’는 한가위의 기원이 됐다. 자연히 강강술래니 소놀이, 씨름 등 전통놀이도 풍성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노는 내용도 달라지는 법. 이제는 추석 연휴에 배낭을 꾸려 떠나는 이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올해 추석은 주말을 포함해 닷새 동안 빨간 날로 채워지면서 해외 항공권 대부분이 예약 완료됐다. 방콕·마닐라·콸라룸푸르 등 동남아로 떠나는 항공편 예약은 일찌감치 끝났고, 파리·런던·토론토·로스앤젤레스 등 미주·유럽 주요 도시로 가는 항공편도 100% 예약률을 보였다. 어디 해외뿐이랴. 국내 여행사들은 ‘추석에 떠나는 실속여행’ ‘한가위 특별여행’ 등의 문패를 달고 제주도로, 설악산으로, 남도로 초대하고 있다.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은 가을 하늘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차례를 지내고 곧바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추석 당일 국제선 예약이 특히 많다”며 “최근 몇년간 가족 단위로 추석 연휴를 해외나 국내 주요 휴양지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고통지수(Misery Index)가 아시아 최고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불안하고 짜증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은 “나라 경제 거덜난다” “해외여행 수지 적자”라는 ‘잔소리’를 가볍게 넘어섰다. 누가 탓하랴.
하늘은 높고,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시원하다. 떠난 이들이건 남은 이들이건 모두들 “해피(Happy) 추석”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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