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1910년대에 건설돼 서울의 명물로 떠오른 한강 인도교 난간에는 당시 ‘일촌대기’(一寸待己)는 팻말이 세워졌다. 자살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원래 ‘투신자살에 가장 적합한 다리’라는 오명을 얻은 한강 다리는 한강대교다. 곡선미를 살리다 보니 아치에 올라서기 쉬운 탓인데, 투신자살이 잇따르자 당국은 아치에 윤활유를 바르고 난간 오르막 방지시설까지 만들었다. 생활고와 실직이 증가하면 한강 인도교를 찾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최근 새로운 한강 투신 장소로 떠오른 다리가 있다. 지난 4월 박태영 전남지사에 이어 6월4일 이준원 파주시장이 또다시 투신한 반포대교다.

반포대교는 용산구와 서초구를 연결하는 한국 최초의 2층 교량이다. 1979년 잠수교가 군장비 도하를 목적으로 건설된 뒤 1982년 윗층인 반포대교가 준공됐다. 길이 1490m인 반포대교는 수평선에 떠오르는 웅장한 해돋이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최근 석달간 고위층 3명이 용산경찰서 관할인 반포대교와 한남대교에서 몸을 던지자 용산서는 망연자실해 있다. 한강교량에서 일어나는 모든 투신 사건은 강북쪽 경찰서가 관할하도록 규정돼 있다. 관할을 놓고 강북과 강남쪽 경찰서가 티격태격하자 북쪽이 맡는 것으로 아예 정해버린 것이다. 용산서쪽은 “고위층은 반포대교를 못 건너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판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반포대교의 난간 높이는 1.2m. 투신을 막기 위해 반포대교 난간을 더 높이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교통안전시설물 관리 지침은 교량 난간을 1.1∼1.2m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난간을 높이려면 지침을 개정해야 하고, 기술적으로도 교량 공학적 문제가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난간이 너무 높으면 태풍이 불 때 풍압 때문에 난간이 부서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왜 고위층들은 27개 한강다리 중 하필 반포대교에서 뛰어내리는 것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반포대교 건너 서초동에 법조 타운이 있어 검찰청에 불려가거나 변호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순간적으로 뛰어내리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투신자살이 잇따르는 삭막한 반포대교도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으로 황홀한 서울의 밤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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