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10층에 자리잡고 있는 고건 총리의 집무실에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대통령을 상대로 ‘맞장뜨는’ 국무총리가 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건 국무총리가 이런 모습을 보여주자 국민들은 10년 전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1994년 이회창 당시 국무총리 사임 파동이 그것이다. 이회창씨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 유감을 품다가 총리직을 내던졌으며, 그때 얻은 ‘대쪽’ 이미지가 두고두고 유력한 정치적 자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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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총리는 ‘언젠가 나도 대권을…’ 꿈꿔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고 총리의 최근 행보를 두고 1994년의 사건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국면에선 고 총리가 나름의 명분을 쥔 것으로 보인다. 후임 각료는 후임 총리가 제청하는 게 옳다면서 각료 제청권 행사를 고사하겠다는 것을 대놓고 뭐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실세 총리’ ‘책임총리제’ 등의 개념을 종종 거론했기에 더욱 그런 측면도 있다.
청와대 참모들의 미숙함도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든다.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5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총리에게 두 차례 각료 제청권 행사를 요청했으며, (24일에) 한번 더 찾아가 ‘도와주십시오’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로서야 개각을 둘러싼 보도가 어지럽게 난무하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전말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게 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고 총리 입장에서 볼 때는 순순히 말을 듣지 않자, 청와대가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음직하다.
어쨌든 고 총리는 5월24일 각료 제청권 행사 불가 입장을 거듭 밝힌 뒤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고 총리는 이날 오후 삼청동 공관에서 김우식 비서실장을 잠깐 만난 뒤 집무실로 돌아와 외부행사를 자제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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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되풀이된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기싸움, 그 귀결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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