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스틱 통에서 자라고 있는 밀웜.
2024년 10월쯤, 지역 단톡방을 통해 밀웜을 나눔 분양 받았다. 누리끼리한 색깔, 손가락 한 마디나 두 마디 정도 크기의 벌레 수십 마리가 플라스틱 통 안에서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엔 바퀴벌레처럼 생긴 검은색 벌레도 있었는데, 그것은 밀웜의 성충 거저리라는 것이었다. 징그러워하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에겐 그저 귀여운 벌레로 보였다. 밀웜 귀한 줄 모르고 나는 거저리와 밀웜 일부를 닭에게 줘버렸다. 닭들은 이게 웬 횡재냐 하며 정신없이 먹어치웠다. 몇 마리 되지 않았던 밀웜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집에서 밀웜을 키웠다. 주로 자신이 키우는 파충류의 먹이로 애용된다. 귀뚜라미도 키우지만, 소음이 있어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밀웜은 키우기가 쉽다. 김치통같이 넓은 플라스틱 통에 밀기울을 깔고 밀웜을 넣어주면 된다. 이틀 혹은 사흘에 한 번 양배추나 당근, 무 등의 채소를 얇게 썰어 넣어줘 수분 공급을 한다. 우리 집은 밀기울을 굳이 살 필요 없이 집에 쌀겨와 왕겨가 있으니 이것으로 대체하면 됐다. 밀웜은 관리하기 편할 뿐 아니라 좋은 점이 많았다. 먹고 남은 자투리 채소를 줘도 괜찮았다. 심지어 이들이 먹고 배설하는 똥은 가루처럼 생겼는데, 이는 밭에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
하마터면 이 좋은 밀웜을 그냥 닭들에게 다 줄 뻔했다. 성충 거저리 전부와 밀웜 일부를 닭에게 준 이후였다. 남은 밀웜을 키워 성충 거저리를 만들고 그들이 알을 낳게 해야 한다. 플라스틱 통에 쌀겨와 왕겨를 넣고 남은 자투리 채소가 생기면 그곳에 넣어줬다. 밀웜들은 그곳에 머무를 뿐 탈출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무럭무럭 자랐다. 1~2개월 정도 지나자 밀웜 대부분이 수십 개의 번데기로 바뀌었다. 지금은 대부분 거저리가 되어 알을 낳고 있다. 성충이 되면 성충 기간 110~145일 동안 산란하는데, 평균 산란 양은 300~400여 개다. 아직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만 더 있으면 플라스틱 통이 득시글거릴 정도로 많은 밀웜이 탄생할 것이다. 이 중 몇 마리는 살린 뒤 거저리를 만들어 다른 통에 두고 또 산란시킨다. 남은 밀웜은 닭의 귀한 간식으로 이용될 수 있다.
밀웜은 닭들과 친해지는 데 더없이 좋은 먹이다. 내게 낯을 가리는 한 닭이 다가오기까지 밀웜을 갖고 기다린다. 밀웜을 몇 번 집어 먹게 한다. 놀랍게도 낯을 가리던 닭들이 그 뒤로 눈빛과 행동이 달라진다. ‘먹을 거 줄 거야?’ 하는 눈빛으로 나에게 다가온다. 물론, 그래도 절대로 친해지지 않는 닭도 있다.
최근 암컷 복분이가 낳은 병아리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가까이 보고 싶어 집으로 데려왔다. 삐악삐악 집 안이 울릴 정도로 우는 병아리.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날개가 엉덩이에 닿고 높은 곳에도 잘 오른다. 병아리 근처에 밀웜을 던진다. 성계처럼 관심을 안 가지는 척한다. 그것도 잠시, 한 번 집다 놓고 두 번 집다 놓더니 마지막엔 후루룩 먹어버린다. 그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글·사진 박기완 글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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