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 최대 잔치인 대동계를 맞아 마을회관에서 70대 언니들이 삶은 고기를 찢고 있다.
우리 마을 이름은 원통마을이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원통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옛날에 원님이 이곳을 통해서 갔어”라던 마을 사람들의 대답이 신통치 않았다. 찾아보니 원통이란 말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지형을 뜻하는 순우리말 ‘원퉁이’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 이 마을의 지리적 특징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 이 마을에 들어오면 그리 높지 않은 산들로 포근하게 둘러싸여 있는데 가장 높은 산이 적보산이다. 그 안에 금광이 있어 보물을 품은 산이라는 뜻이 있다. 마을 앞 벼 들판은 빛이 잘 든다 하여 안빗들이라고 불리는데 이 들을 끼고 걸어가면 그냥 마음이 평화로워져버리는 것이 좋아서 이 동네에 정착했다. 어느새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집을 지은 첫해에 동네분들을 모두 불러서 마당에 가마솥을 걸고 닭 50마리를 끓여 삼계탕을 대접했다. 마을에 젊은이 들어왔다고 아주 좋아했다. 70대와 80대가 가장 많고 90대도 몇 분 계신다. 나를 포함해 60대 청년은 몇 없다. 마을에서 행사를 하면 주로 70대 아주머니들이 중심이 되어 하는 편이다. 60대가 나서면 “애들이 뭐 아냐”며 그냥 후다닥 해버린다. “열여덟에 시집와서 지금까지 60년을 이 손으로 대동계 돼지고기를 썰었네. 지겹다. 이제 젊은이들이 메뉴 좀 바꿔봐라.” 지난 대동계 때 75살 아주머니의 말이다.
매년 겨울 동지 전후에 하는 대동계는 마을에서 가장 큰 잔칫날이다. 마을회관에 모여 동네 1년 결산보고를 한 뒤 맛있는 것을 왕창 먹고 마신다. 소머리는 푹 삶아 무와 파를 넣고 소고깃국을 끓인다. 돼지고기도 삶고, 임연수어 조림도 하고 떡도 한다. 소주도 상자째 들어온다. 늙은 언니들이 고기를 찢다가 제일 굵직한 고깃덩이를 내 입에 넣어주고 소주도 팍팍 부어준다. “주방에서 일하는 재미가 이런 거지!”
바깥은 찬 바람이 쌩쌩하지만 회관은 아침부터 보일러를 확 올려 이 방 저 방 다 뜨끈뜨끈하다. 재미있는 것은 남자들은 나이 불문 모두 안방에 모여 회의하고, 작은방에는 80대 이상 여자분들만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60대와 70대 여자들은 주방·거실을 차지하고 부엌일을 하는 모습이다. 왜 여자들은 안방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냥 원래 옛날부터 그랬어.” 아무도 불만을 제기하지 않으니 나도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러워져버렸다.
면장이나 시의원, 농협장 이런 분들이 오기도 한다. 손을 비비며 좋은 소리를 하고 마지막엔 “원통마을 파이팅!” 이렇게 구호를 외치고 고깃국 한 그릇 먹고 떠난다. 사람들이 누구도 불러라, 누구도 불러라 하는 바람에 계속 상을 차리고 설거지도 계속된다. 복숭아나무, 사과나무 가지치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전 조금 더 놀 겁니다. 아줌마 아저씨들도 좀 놀아요, 아직 춥잖아요!”
다들 “그래! 그래!” 하며 맞장구친다. 그래서 나도 ‘겨울엔 놀아야 해’ 하는 마음으로 심심하면 삼거리로 내려가 난롯불을 쬔다. 믹스커피를 마시며 싱거운 이야기를 하고 논다. 아침부터 모여서 저녁때까지 빈둥빈둥 논다. 원통마을 늙은 농부들의 짧은 쉼의 시간, 겨울이 자꾸 짧아간다.
글·사진 신이현 작가
*농사꾼들: 농사를 크게 작게 지으면서 생기는 일을 들려주는 칼럼입니다. 지역이 다른 네 명이 필자가 돌아가며 매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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