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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허위로 ‘친환경’ 홍보하면 기업 대표 징역형도”

③ 당신들의 비윤리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 인터뷰 “소비자 두 번 속이는 ‘그린워싱’ ESG 생태계 망가뜨리고 시장 왜곡”
등록 2024-12-27 22:12 수정 2025-01-01 08:01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2024년 11월21일 서울 성수동의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나현 인턴기자

정주연 다시입다연구소 대표가 2024년 11월21일 서울 성수동의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나현 인턴기자


‘1% 미만.’ 글로벌 패션 브랜드 팀버랜드 최고운영책임자 출신(COO)인 케네스 퍼커 터프츠대학 플레처스쿨 교수가 밝힌 의류의 최종 재활용 비율이다. 재활용 기술의 한계와 높은 비용 등으로 생산한 옷을 재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또한 그는 재활용 과정에서도 환경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2021년 ‘21프로파티’ 걸개그림.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2021년 ‘21프로파티’ 걸개그림.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재활용, 기술 장벽에 비용 장벽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에서는 기업이 ‘재활용’ ‘친환경’ 의류를 홍보하는 일이 많다. 제대로 재활용되는지, 되더라도 환경적 피해를 줄이는 게 맞는지 정확한 언급은 없다.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를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 다시입다연구소를 이끄는 정주연 대표는 이런 행위들을 ‘그린워싱’(친환경과 거리가 있음에도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행위)이라고 지적해왔다. 정 대표는 2024년 11월21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한겨레21과 만나 기업이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환경을 파괴하는 옷 생산자로서 책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유럽처럼 그린워싱을 검증하는 조직체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패스트패션 기업의 대량생산으로 인해 중고 옷이 개발도상국으로 이동해 폐기되고 있으며, 생산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그린워싱은 무엇인가.

“그린워싱은 기업이 제품을 만들어 녹색, 친환경, 생분해, 재활용 같은 문구를 넣어 ‘그린 마케팅’ 하는 걸 말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그런 말들을 적어 가치소비와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현혹한다. 마치 ‘이 제품이 친환경적이다’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워 세탁하는 것을 말한다.”

 

—패션의류계에선 그린워싱이 어떤 개념으로 쓰이나.

“(실제로) 환경적이지 않은데도 환경 표시를 넣어 광고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시로 플라스틱으로 만든 합성섬유 가죽을 ‘비건 레더’ ‘에코 레더’ 같은 친환경적인 용어를 사용하며 마케팅하는 것이다.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었다’는 것도 포함된다. 재활용해서 환경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페트병은 다시 페트병으로 돌아가 물이 담기고 순환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에너지와 자원을 투입해서 ‘페트병으로 옷을 만들었다’ 그러면 그건 그냥 옷으로 끝난다. 전세계에서 만들어지는 1500억 벌 정도의 옷 중 1%도 재활용되고 있지 않다. 그만큼 재활용이 어렵다. 다시 순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었다고 마케팅하는 것도) 그린워싱 중 하나다. ‘재활용 섬유’라고 해서 버려진 옷을 다시 섬유로 뽑아서 옷을 만드는 제품도 중요하다. 하지만 옷의 재활용률이 얼마나 되는지 쓰여 있지 않거나, 재활용 비율이 1~2%인데도 ‘재활용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그거야말로 그린워싱일 수 있다.”

2014년 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패스트패션 매장 앞에 청소 노동자가 앉아 있다. REUTERS

2014년 2월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한 패스트패션 매장 앞에 청소 노동자가 앉아 있다. REUTERS


—국외에서 그린워싱으로 논란이 된 사례가 많은가.

“국외의 에이치앤엠(H&M) 같은 경우 친환경 의류 라인을 만들어놓고 봤더니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게 (알려지며) 네덜란드나 미국에선 고발이 들어갔다. 스포츠 브랜드에서도 재활용률이 낮음에도 마치 다 재활용된 것처럼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노력하는 기업이 외려 손해 보는 구조

—기업들이 ‘친환경 재활용 재생 섬유다’라는 식으로 광고하며 그린워싱을 하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가.

“그렇다. 소비자들은 ‘이게 친환경적이겠지, 더 비싸도 환경에 좋은 걸 사야지’ 생각하며 산다. 결국은 그게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하면 (소비자들에게) 사기 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는)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잃어버린다. 그런 경우 실제로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노력하는 기업들에 큰 손해가 가고 시장에 왜곡이 생긴다. 그러면 이에스지(ESG·기업의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생태계가 망가진다. 소비자들의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려 시장까지 망가뜨리는 것이 그린워싱이다.”

유럽에서는 그린워싱 적발과 단속 논의가 활발하다. 2022년 영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부후(Boohoo)가 친환경적인 것처럼 포장한 ‘미래를 위한 준비’(Ready for the Future)라는 컬렉션을 내놓았지만, 이 옷들이 친환경적이라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영국경쟁시장청(CMA)은 이런 문구가 소비자를 속였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했다. 영국의 스파 브랜드 아소스(Asos), 슈퍼마켓 브랜드 아스다(ASDA)도 모호한 문구로 친환경을 내세웠지만, 이에 걸맞은 정책을 펴지 않은 혐의로 조사받았다. 혐의가 확인된 패션 대기업 세 곳은 ‘그린워싱’을 인정하고 부랴부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했다. 영국은 2024년부터 이런 행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그린워싱’ 혐의가 확인되면 전세계 매출의 최대 10%의 벌금을 부과(2023년 법안 통과)한다. 유럽연합 또한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규정을 2024년 만들고, 2026년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그린워싱 적발 건수는 총 1만62건(전체 기업 기준)이다. 이 중 99.5%(1만13건)에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행정지도’가 내려졌다.

영국, 그린워싱 기업 대표에 징역형도

—영국에서는 정부가 ‘패션의류계의 그린워싱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낸다는데 국내에선 조처가 미흡한 것 같다.

“우리나라 정부나 소비자들이 친기업적이고, ‘경제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 ‘그린워싱’이라는 용어가 잘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아직 인식에 많이 녹아 있지 않은 것 같다. 프랑스나 영국을 비롯해 유럽연합에서는 그린워싱을 규제하는 법이 만들어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린워싱’이라는 용어 자체, ‘그린 마케팅’에 대한 인식이 아직 많이 없고 규제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력한 규제나 법적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 영국 같은 경우엔 그린워싱 관련 위반시 기업 대표자가 징역형도 산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직 (규제가) 미흡하고 기업들도 (그린워싱에 대한) 인식이 없다. ‘(그린워싱) 해놓고 걸리면 걸리는 거고, 걸려도 벌금 안 무는데’ 정도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강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그렇다. 과태료나 벌금이라도 물어야 하는데 권고 조치 정도로 끝나서 안타깝다. 2023년에 환경부에서 노력한 것 같은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린워싱 검증 방법 자체가 한국에서는 부족한 것 같다. 어떤 형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유럽연합은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위원회가 있다. 그린워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친환경적인 광고를 하도록 규제하는 조직체가 있어야 한다.”

—유럽에서 그린워싱을 규제한다고 하니 국제적으로 어떤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는가.

“유럽연합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투명성을 따지며 그린워싱의 근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런 근거들에 우리 기업 제품이 부합하지 않으면, 한국 옷은 그 지역으로 수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 먼저 규제를 시작했지만, 우리를 포함한 다른 나라도 결국 발맞추게 될 것 같다. 다만 우리나라 패션 기업들은 유럽보다 중국에 수출 물량이 많다고 해서 (그린워싱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먼저 나서거나 법적 제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헌 옷 기부 시대 끝났다… 생산 줄여야

—한국 패스트패션 기업 일부는 비영리 재단에 중고 옷을 기부하고, 개발도상국에 보내는 걸 마케팅한다. ‘친환경’ 개념을 넣어 개발도상국에 한국 중고 옷을 수출하거나 기부하고 있다.

“국외로 나가더라도 60%는 재판매되고 40% 정도는 폐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60%나 순환되고 재판매된다니까 다행이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경우에는 헌 옷 수입이 쏟아지면서 자국의 섬유 산업이 발전을 못하고 있다. (…) 그래서 르완다, 가나, 우간다, 케냐는 헌 옷 수입 금지령을 내렸다. 선진국에서 ‘우리 옷 쓰레기 안 받아주면 너희 경제 제재 가하겠다’라고 해서 몇몇 나라는 할 수 없이 금지령을 풀었다. 프랑스는 국외로 헌 옷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도 2030년까지 관련 법을 만들어 헌 옷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는 국가 간 양극화 현상을 없애자는 움직임이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인식이 없어서 헌 옷을 수출하면 ‘그 나라도 좋고, 우리나라도 좋다’고 생각한다. 실제는 그 나라도 반기지 않는다. 헌 옷으로 기부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본다. 저렴한 새 옷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새 옷이 있어도 품질이 안 좋아서 몇 번 못 입고 버리게 된다. 새 옷 재고도 소각되고 매립되는 상황에서 헌 옷을 기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2020년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한 ‘21프로파티’(안 입는 옷 교환 행사) 포스터.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2020년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한 ‘21프로파티’(안 입는 옷 교환 행사) 포스터. 다시입다연구소 제공


—개발도상국 중고 옷 시장이 커지는 게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있느냐는 시각도 있다.

“중고 옷, 중고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순환경제 사회에선 중요한 일자리이자 먹거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옷이 너무 허접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게 문제다. (개발도상국에서) 중고 옷을 판매하더라도 입을 수 있는 온전한 옷이 판매되어야 하는데, 일회용 옷이 만들어지는 게 문제다. 또한 옷을 재활용해서 실로 뽑아내는 것도 결국 에너지와 인적자원이 투입된다. 결국 제품 생산 단계에서 패션 기업들이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옷의 유통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인가.

“지금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무조건 많이 만들고 팔고 나면, 나머지는 다 폐기 처분하는 상황이다. 결국엔 대량생산을 잡아야 한다. 적정량만 만드는 게 더 값이 들어서 대량생산 뒤 대량폐기되고 있다. 그래서 패션 기업들이 옷을 끝까지 책임지려면 적정량만 만들어내고, 질 좋게 만들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쓰다가 고쳐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수선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생산 기업이 옷 생산 뒤 처리 과정을 금전적으로 책임지는 것)를 도입하는 것이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의류 EPR 제도가 도입되며 기금이 모이고 환경부 산하 조직에 있는 EPR 공정 처리 업체가 60개가 넘는다. 재사용, 재활용, 업사이클링까지 모든 게 재활용되고, 소각하는 경우에도 에너지 자원까지 사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컨트롤타워도 없고 민간에 맡겨진 상황이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대량생산 잡고 수선 시스템 살려야

—재고 폐기 방지법과 생산자 책임 제도가 국내에서 도입되는 데 여러 우여곡절이 있다.

“지금 환경부를 비롯해 정부에서 섬유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할 의지가 거의 없다. (…) 지금 우리나라는 헌 옷 수출 4~5위 국가다.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옷을 무분별하게 입고 만들어내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래서 섬유에 관련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는 너무나 필수적이다. 경각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유나현 인턴기자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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