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6월25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채집한 붉은등우단털파리. 등에 붉은색 점이 보인다. 김진수 선임기자
2022년 서울 은평구 봉산을 중심으로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가 대발생한 이래 3년째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여론은 주로 방역, 즉 러브버그를 어떻게 죽일지에 집중되고 있다. 어려서는 죽은 나무와 낙엽을 분해하고 커서는 꽃이 열매를 맺도록 돕고, 쏘지도 물지도 않는, 이 이롭고 무해한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무자비한 태도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2024년 6월27일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70)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한 민간단체가 개최한 포럼에서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는 제목으로 강연을 마친 직후였다. -편집자 주
—곤충 대발생이 편백 인공림 조성 등 자연훼손에 이은 무리한 방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평구청은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합니다.
“방제는 쉬운 일이잖아요. 정부 입장에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쉽고요. 이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도, 문제가 닥치면 제일 먼저 하는 대응 중 하나죠. 인류 역사에서 바이러스를 퇴치해본 적이 없는데도 항상 ‘퇴치’ ‘박멸’ 이런 단어를 써요. 되지도 않을 일을 부추기죠. 천연두도 퇴치된 줄 알았지만 지금 돌아오고 있어요. 코로나19 때 확진자가 한 명만 나와도 건물을 전부 독극물로 방제했잖아요. 한 톨도 안 남기겠다는 태도죠. 깡그리 없애겠다는 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에요. 약 치는 게 결국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야 할 텐데 그게 힘든가봐요.”

2024년 6월27일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70)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김양진 기자
—우리가 생태에 대해 좀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듭니다.
“<응답하라 1988> 드라마에 잘못 만든 부분이 하나 있어요. 그 시절 바깥에서 돗자리 깔고 잤던 건 맞아요. 그때 우리는 곤충들이 가로등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컸어요. 지금은 서울 시내 가로등 어디에도 곤충 부딪히는 소리가 안 납니다. 곤충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어요. 그런데 왜 대발생이 일어날까요. 너무 많은 분이 너무 쉽게 천적이 없어졌다고 말하는데, 천적뿐 아니라 경쟁자도 중요해요. 옛날 같으면 러브버그와 같이 나오던 경쟁자들이 있었어요. 그런 경쟁자들이 없어졌어요. 러브버그만 확 줄일 수 있는 핀포인트 방역이 있으면 하면 됩니다. 그런데 그냥 (살충제를) 가져다 뿌리잖아요. 그러면 하루살이도 죽고 메뚜기도 죽고 다 죽을 거 아니에요? 싹 쓸어버리면 다음엔 누가 또 갑자기 좋은 세상을 만나서 확 번식할 거 아니에요? 멤버를 교체하면서 계속 벌어질 일이죠.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피해를 거의 주지 않아요. 그나마 다행인데, 다음번엔 모기가 ‘어? 이거 봐라, 우리랑 경쟁할 놈이 아무도 없네’ 그럴 수 있어요. 그때는 어떻게 할 건가요? 조금 진정하고, 어떤 의미에서 참아주는 게 더 좋은 전략일 수 있습니다.”
—왜 최근 수년간 은평구에서 대벌레·러브버그가 대발생했을까요? 최근 은평구 쪽은 러브버그가 다소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은평구에 그나마 자연이 있어서 발생했겠죠. 생태계 순환의 마지막이 분해하는 단계잖아요. 러브버그 유충이 거기에 관여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줄었을까. 대발생 이후 자원을 상당히 소진했기 때문에 자원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러브버그가 대발생하지 않기까지) 기다리면 되죠. 뒷짐 지고 1~2주만 참아주자. 모니터링도 안 한 상태에서 조심스럽지만, 어쩌면 우리는 상황을 점점 악화시키고 있을지 모릅니다. (방제를 통해) 경쟁자들을 계속 제거해주고 있으니까. ‘(러브버그들은) 내년에도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살게 되니까, 대발생의 호기를 계속 누릴 수 있겠다.’ 저 같으면 이런 가설을 세울 거예요.”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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