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은 옥수수를 따기 위해 완전군장을 한 남편. 옥수숫 잎이 날카로워 옥수수망을 써서 눈과 얼굴을 보호하고, 긴팔을 입거나 팔토시를 해주어야 한다.
그날이 왔다. 옥수수의 ‘그날’. 옥수수가 옥수수로서 최고의 맛을 내는 바로 그날. 그날을 놓치면 딱딱해져 맛을 잃는다. 그날보다 빨리 따면 알이 덜 차고 덜 여물어 풋맛이 난다. 그날을 어떻게 아는가. 농사꾼들은 척 보면 안다. 우리 같은 초보는 수염이 황금색에서 거뭇하게 말라가는 옥수수통을 일일이 만져보아 알이 통 끝까지 찬 것을 확인하고 따면 맞다. 껍질을 벗기고 알을 손톱으로 눌러 즙이 튀면 최상이다. 따기만 하면 끝이 아니다. 따고 나면 급속히 맛을 잃기 시작한다. 그래서 당일 수확, 당일 출하가 기본이다. 옥수수가 여물 때가 되면 하루하루 확인해 딱 좋은 그날 따야 한다.
8월5일 토요일. 옥수수밭을 둘러보니 옥수수가 거의 여물어가는 것 같았다. 몇 통을 따서 삶아봤다. 살짝 덜 여물었다. 고민이 시작됐다. 2~3일 정도 뒤면 딱 될 거 같은데, 주중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그다음 주말인 11~12일에 따도 될 거 같긴 한데, 배송이 문제다. 토요일 점심까지는 택배를 보낼 수 있지만, 이틀 걸려 받으면 더위에 뜨끈뜨끈 데워져 옥수수가 딱딱해진다. 게다가 14일 월요일은 택배 없는 날. 15일은 광복절. 천생 16일은 돼야 배송이 가능하다. 누구네 저온창고를 빌려야 하나.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중 아랫집 아주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이 아래서 보니까 옥수수 개꼬리가 까매진 게 다 된 거 같아. 목요일에는 따야겠는데, 올 수 있나? 이 옆집 할머니네는 대화에서 옥수수 장수가 와서 따갔대. 옥수수 농사 크게 하는 사람인데 이번에 돼지가 내려와서 밭이 망가져서 옥수수를 구하러 다닌다대. 옆집은 11골에 50만원 받았다고 하니, 그 집에 연락해서 옥수수 장수 전화번호 좀 물어봐유.” 옆집 할머니와 통화했다. 옥수수는 때 놓치면 안 되니까 얼른 팔라고 하시며 연락처를 주셨다.
8월9일 수요일, 옥수수 도매상과 연결됐다. 밭 위치를 묻더니 일단 한번 가서 보고 다시 연락을 준단다. 두어 시간 뒤 전화가 왔다. 목요일엔 태풍이 와서 안 되고 금요일에 따가겠다고 한다. 가격 흥정을 했다. 한 접(100개)에 3만5천원을 쳐주기로 하고, 우리 먹을 옥수수 두 고랑을 남겨주기로 했다.

8월11일 금요일 아침. 출근 중에 옥수수 사장님 전화가 왔다. “옥수수 다 땄어요. 새벽에 5명이 와서 작업했어요. 23접 나왔고, 옆집 아주머니도 같이 확인했어요. 초보치고 잘 키우셨네요” 하곤 곧장 80만원을 입금해줬다. 그러곤 옥수수 이렇게 키워서는 돈 안 되니, 내년엔 자기들한테 씨를 받아 심으란다. 씨앗 한 봉지를 그대로 심고 키워두면 수확해 가는데, 씨앗 값은 안 받고 봉지당 75만원을 쳐준다고 한다. 수확 걱정이 없다면 옥수수는 심고 풀 관리만 해주면 돼서 해볼 만할 것 같았다.
주말에 밭에 갔다. 근심 덩어리였던 옥수수 수확이 순식간에 해결돼 홀가분했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오셨다. 그간에도 연신 옥수수 장수랑 통화했는지, 얼마 받기로 했는지, 언제 따간다는지 전화로 물어봤던 터다. “잘했어. 값은 좀 덜 받더라도 때 안 놓치고 팔아야지. 힘도 덜 들고. 우리 같은 농사꾼은 남의 밭이라도 작물이 못쓰게 되면 애가 타” 하신다.
오후에 철물점에 갔다가 반접 사기로 예약했던 사장님에게 옥수수 밭떼기로 넘겨서 못 드린다고 하니 “잘했네~ 잘했네~” 물개박수를 친다. 막국숫집 사장님도 옥수수 안부를 묻곤 연신 잘했다고 한다.
옥수수를 키우는 덴 온 마을이 필요하다.
글·사진 김송은 송송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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