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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쓰레기 영웅’을 아시나요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6위 국가 타이, 젊은 세대 소비자 행동 늘어나
등록 2021-08-03 16:42 수정 2021-08-04 02:18
(왼쪽부터 시계방향) 타이의 한 쓰레기 야적장에서 한 시민이 버려진 가전제품 폐기물을 망치로 파쇄하고 있다. 후바난다나 제공

(왼쪽부터 시계방향) 타이의 한 쓰레기 야적장에서 한 시민이 버려진 가전제품 폐기물을 망치로 파쇄하고 있다. 후바난다나 제공

지금까지 국내 쓰레기의 여정을 쫓아왔다. 이제 지구촌으로 눈을 넓혀보자. 2018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인류의 쓰레기 배출량이 연간 20억t이 넘는다. 올림픽 경기 기준 수영장 80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다. 지금 추세라면 2050년에는 34억t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전체의 16%에 그친다. 쓰레기 문제에서도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부자 나라가 더 많이 버리고 가난한 나라가 더 큰 위협에 노출된다. 독일·미국·싱가포르·오스트레일리아·인도네시아·일본·타이·터키·홍콩 9개국에 더해, 우주폐기물까지 인간의 ‘쓰레기 발자국’ 실태와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본다._편집자주

다른 개발도상국과 마찬가지로 타이에서도 폐기물 발생량이 늘고 있다. 고형폐기물(MSW)은 2008년 2393만t에서 2018년 2782만t으로 매년 1%씩 꾸준히 증가했다. 타이인 한 명당 평균 하루에 쓰레기 1.1㎏을 버리는 셈이다.

관광지에서 쏟아지는 쓰레기

도시화와 일회용 문화가 주요 원인이다. 수도 방콕에서만 전체 도시 고형폐기물의 약 17%가 나온다. 타이 천연자원·환경부 산하 오염관리청에 따르면, 하루 폐기물 발생률은 도시 지역이 1.89㎏으로, 농촌 지역(0.91㎏)의 갑절을 웃돈다. 유명한 관광지 중 한 곳인 파타야에선 코로나19 확산 이전만 해도 하루에 한 사람당 쓰레기 3.9㎏이 쏟아졌다. 경제 선진국 싱가포르의 배출량과 맞먹는다. 관광객이 2~3일 이곳에 머물며 내버린 쓰레기 탓이다.

폐기물 배출 증가에 더해, 그것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도 큰 관심사다. 한국이 1995년부터 쓰레기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쓰레기종량제를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것과 달리, 타이는 대부분 쓰레기 수거 비용으로 매달 5~30밧(약 175~1050원)의 고정요금을 낸다. 타이에서 쓰레기 수거·폐기 기반시설은 매우 미흡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절반이 한정된 예산 탓에 쓰레기 수거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최신 통계를 보면 매년 600만t의 도시 고형폐기물(전체의 23%)이 수거되지 않는다. 수거된 1500만t(58%) 중 800만t은 매립지나 소각로에서 적절하게 처리되지만, 나머지 700만t은 야적장에 방치되거나 오염정화 시설이 없는 소형 소각로에서 태워진다. 단지 19%(약 500만t)만 무허가 쓰레기 처리업자나 고물상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재활용됐다.

부실한 폐기물 관리는 여러 문제를 낳는다. 쓰레기 야적장은 온실가스 방출과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도시 고형폐기물의 64%는 유기성 폐기물로 그것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지구온난화에 20배나 영향을 주는 메탄이 발생된다. 쓰레기 매립지와 야적장에서 지하수로 흘러드는 침출수 오염도 심각하다. 산성 침출수에는 분류되지 않은 위험 폐기물 또는 산업폐기물에서 발견되는 중금속 같은 독성물질이 들어간다. 타이는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 6위 국가이기도 하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년 11만5257t의 플라스틱 포장용기가 바다로 흘러든다.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친환경 미생물 분해 방식의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후바난다나 제공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친환경 미생물 분해 방식의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처리기. 후바난다나 제공

바구니, 텀블러 그리고 핀토

그나마 좋은 소식은, 이처럼 결점투성이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점이다. 타이 최북단 지역인 치앙라이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의 첫 단계로 저렴하지만 효율적인 가정용 퇴비 시설을 설치했다. 쓰레기를 분류·처리하는 폐기물 은행을 설치해, 판매 가능한 재활용품의 분류를 장려하는 곳도 많다. 치앙라이 지방 행정기구는 ‘D-ToC’라는 정보기술(IT) 플랫폼을 도입해, 가정에서 배출되는 위험 폐기물의 적절한 분류와 안전한 처리를 가능케 했다.

북부 도시 난(Nan)은 2018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청정 관광도시 1위 상을 받았다. 마을공동체와 학교, 상점, 호텔 등이 ‘3R 운동’, 즉 쓰레기 절감(Reduce)·재사용(Reuse)·재활용(Recycle)에 협력한 덕분이다. 가방, 바구니, 텀블러 그리고 핀토(타이의 전통 식료품 용기)가 다시 쓰인다. 주말 차 없는 거리와 야시장에서도 관광객에게 플라스틱병, 알루미늄캔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수저, 나무젓가락, 생분해 쓰레기 분리 배출을 요청하는 등 엄격한 쓰레기 분리 제도를 시행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책임 있는 소비자 행동을 하는 시민이 늘고 여러 유명인도 환경을 위한 목소리를 낸다. 타이에서 환경 교육에 헌신해온 배우 알렉스 렌델은 유엔환경계획(UNEP)의 초대 친선대사가 됐다.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모두 32개 ‘트래시 히어로’(쓰레기 영웅) 지부가 있다. 트래시 히어로는 쓰레기 절감과 친환경 운동을 펼치는 전세계 민간단체다. 음식물쓰레기의 처리와 잔여 음식물 회수 운동을 이끄는 ‘지속성을 위한 학자들’, 음식 공유 문화의 길을 닦은 ‘리필 스테이션’ 등 다른 사회운동단체도 많다.

타이의 한 마을이 시행 중인 친환경 쓰레기 처리 방식. 썩기 쉬운 유기물 쓰레기를 마른 나뭇잎과 섞어 놓아두면 자연분해된다. 후바난다나 제공

타이의 한 마을이 시행 중인 친환경 쓰레기 처리 방식. 썩기 쉬운 유기물 쓰레기를 마른 나뭇잎과 섞어 놓아두면 자연분해된다. 후바난다나 제공

섬유 재고량 정보 공유해 12만5천 개 상품 재생산

섬유·의류 산업에서 버려지는 재고품을 되살리는 온라인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모어루프’는 2021년 시드(SEED) 저탄소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70개 공급업체로부터 91만4400m 길이에 이르는 섬유 재고량 정보를 받는다. △패션디자이너에게 잉여 섬유 판매 △기업을 위한 상품 재창출 △소비자를 위한 자체 생산, 이 3개의 핵심 사업전략으로 지난 3년간 7만6809m 길이의 직물을 12만5천 개 상품으로 재생산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42만㎏ 감축했다.

타이의 쓰레기 관리가 직면한 많은 과제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기회, 교훈이 있다. 이런 지식의 교환과 보급이 ‘제로웨이스트’와 ‘순환경제’라는 의제를 현실화해 국제 차원에서 협업과 네트워킹을 강화할 것이다.

치앙라이=마노마이비불 매파루앙대학 교수·‘쓰레기 없는 타이를 위한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아모르폴 후바난다나 순환경제 스타트업 ‘모어루프’ 공동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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