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류는 우주에도 쓰레기를 남긴다

등록 2021-07-30 16:38 수정 2021-07-31 14:18
지구 둘레가 우주쓰레기로 둘러싸인 모습. 지구의 인공위성 궤도에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과 로켓 잔해등 크고 작은 우주쓰레기 2만3천여 개가 구름처럼 떠돌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공식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구 둘레가 우주쓰레기로 둘러싸인 모습. 지구의 인공위성 궤도에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과 로켓 잔해등 크고 작은 우주쓰레기 2만3천여 개가 구름처럼 떠돌고 있다. 유럽우주국(ESA) 공식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21년 5월에만 지구에서 300여 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위성 인터넷 서비스 시대를 내세우며 미국 스페이스X사의 232개 스타링크위성과 영국 원웹사의 36개 위성, 중국의 우주화물선 톈저우 2호, 군사위성, 통신위성 등 6개 인공위성이 한 달 동안 우주로 나갔다. 2018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 해에 발사되는 인공위성이 200~300개였는데, 2020년 한 해에만 1200여 개가 발사되면서 지구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1㎝ 파편에 인공위성 기능 정지, 10㎝ 넘으면 파괴

인류는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우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가 발사된 이후 64년이 지난 지금 21세기 과학기술 발전과 더불어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개발은 호황을 맞고 있다. 2021년 7월12일에는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버진갤럭틱으로 우주관광 시험비행에 성공하면서 민간 우주여행 시대도 활짝 열렸다. 우주여행 경쟁도 본격화함으로써 인간의 활동영역으로 우주가 완전히 들어왔다. 관찰과 동경의 무한한 곳이 아닌 인류의 꿈을 실현하고 체험하고 생활할 수 있는 현실 공간이 됐다.

아무리 많은 인공위성을 보내도 부딪칠 염려가 없는 무한한 공간으로 여겨졌던 지구궤도는 점점 더 붐비고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밖에 없던 지구궤도는 2021년인 지금 2만3천여 개의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가 둘러싸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운용 중인 인공위성은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동안 발사한 수많은 우주발사체의 잔해, 임무를 다하고 버려진 인공위성, 그리고 폭발과 충돌로 발생한 파편까지 인류가 우주에 남긴 쓸모없어진 우주물체인 우주쓰레기가 지구궤도의 인공우주물체 중 90%를 차지한다.

지구궤도에 남겨진 우주쓰레기는 운용 중인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우주인이 타는 국제우주정거장에도 큰 위협이 된다. 초속 7~8㎞로 움직이는 우주쓰레기는 크기가 1㎝만 돼도 인공위성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고, 10㎝ 이상 크기와 부딪친다면 인공위성이 파괴될 수 있다. 어쩌면 우주쓰레기가 앞으로 우주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임무를 다한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잔해 중 1t 넘는 우주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며 지상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중국의 창정 5B 로켓 잔해의 추락

2021년 5월 중국의 창정 5B 로켓 잔해의 추락 소식에 전세계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20t으로 추정되는 우주쓰레기의 추락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완전히 연소되지 않고 파편이 지상으로 낙하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창정 5B 로켓 잔해는 인도양으로 떨어져 인명과 재산 피해는 주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우주쓰레기가 지구 대기권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주로 나가는 많은 인공위성이 있다면 지구로 되돌아오는 우주쓰레기의 양도 당연히 점점 늘어날 것이다.

이미 우리는 수많은 인공위성이 제공해주는 편리함에 익숙해 있다. 위성통신은 지구촌을 하나로 연결하고 정밀한 항법위성은 우리 위치를 정확히 알려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의 예보도 기상위성 덕분에 자세히 알 수 있다. 만약 인공위성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큰 혼란과 불편을 낳을 수 있다. 또한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물체는 인간에게 직접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든 인공우주물체는 지구든 우주든 결국 어딘가에 버려지고 흔적을 남긴다. 우주쓰레기의 추락과 지구궤도상에서 인공위성과의 충돌 위험은 우주 시대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위험이다. 인간이 남긴 쓰레기가 결국 인류에게 위험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우주에서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주쓰레기가 우리에게 위협이 되지 않게 하려면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바로 실천해야 한다.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 설계에서부터 지구 대기권에서 완전 연소하게 하는 방법이나 바다로 안전하게 추락시키는 방법, 사용하지 않는 궤도로 이동시켜 다른 인공위성이 안전하게 운용되도록 하는 방법 등 임무를 다한 뒤의 폐기 절차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우주를 감시하는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한다. 우주쓰레기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고 추락·충돌 같은 우주 위험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우주 감시하는 네트워크 가동해야

우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모두에게 개방된 영역이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주어진 우주환경을 지키는 것도 공동의 책임이다. 우주가 일부 국가나 민간기업의 전유물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제 협력이 필수다. 인간의 활동으로 복잡해지고 위험해진 우주에서 우리는 어떻게 우주의 위험에 대비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은정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연구실장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