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4월5일 식목일. 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겨운 날, 다 함께 나무 심는 날이다. 그런데 최근 산림청이 기존 식목일 날짜를 3월로 앞당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무 심기에 그날의 기온이 적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3월21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산림의 날’이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2007년 식목일 일자와 명칭을 바꾸려 했지만 무산됐고, 2013년과 2017년에도 날짜를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업계·학계·환경계의 움직임이 있었다.
갑자기 왜 나무 심는 날을 바꾸냐고? 기후위기 때문이다. 1946년 식목일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4월5일은 나무를 심기 적당한 날이었다. 4월5일은 절기상 ‘청명’으로, 날이 풀려 화창한 때다. 이날을 전후해 봄날 햇볕이 따스하고 봄비도 많이 내려 묘목을 심으면 잘 자란다고도 알려졌다. 하지만 평균기온이 급상승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기준 3월 중하순의 기온이 1946년 4월5일 기온과 엇비슷하다.
기후위기가 식목일만 앞당긴 건 아니다. 전세계가 난리다. 미국 텍사스와 미네소타 등 중남부 지역엔 영화 <투모로우>를 연상케 하는 한파와 폭설이 몰아쳤다.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선 빙하가 떨어지며 생긴 홍수로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온난화 탓에 열대 태평양 지역의 강우량 변동폭이 80년 안에 2배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출렁이는 기후처럼, 물가도 함께 춤추는 중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0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3.1% 오른 100.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더해 기후위기의 습격을 받은 탓에 주요 곡물 가격이 쭉쭉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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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부 국가에서 2022년 식량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미 빈곤 문제를 겪는 나라들부터 타격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후위기의 경고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가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을 뿐이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 분야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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