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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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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토크] 진짜 집을 지을 거냐고요?

등록 2020-07-21 05:32 수정 2020-07-24 01:11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시멘트 콘크리트를 잔뜩 부어 똑같이 생긴 공간 수십 개를 켜켜이 쌓아올린 주거 형태로, 죽어라 알만 낳다 결국 죽는 암탉들이 사는 양계장과 비슷하다.’

저는 아파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너무 위악적인가요? ‘이촌향도’와 함께 한국 사회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1970년대 국가가 공장과 회사에 공급할 ‘산업인력’들의 보금자리를 좁은 도시 땅에 만들려 한 욕망과, 이들 노동자한테 공급할 많은 달걀을 얻기 위해 A4용지 한 장 크기 빽빽한 공간에 닭들을 몰아넣어 사육하는 양계업 논리엔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사람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까닭은 그 본질적인 거주 형태가 좋아서라기보단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자고 나면 미친 듯이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도시인들이 ‘아파트 소유를 향한 광기의 폭주’를 하는 건 되레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는 수많은 느낌표와 물음표, 말줄임표로 가득 찬 제 인생의 마침표는 아파트나 요양원이 아니라 집에서 찍고 싶습니다. 그것도 제 손으로 직접 지은 작은 나무집에서 말이죠. 그러려면 차근차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겨레작은집건축학교 문을 두드렸습니다. ‘뚝딱뚝딱 짓다’(제1321호)는 그런 개인적 열망을 향한 첫 발걸음을 담은 보고서입니다.

기사가 나간 뒤 주변 사람들의 질문은 “왜 꼭 네 손으로 집을 지으려 하느냐”로 수렴하더군요. 저는 상품경제 발달이 축복이자 저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나 많은 상품을 내가 직접 만들지 않아도 돈만 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축복인 동시에 그 돈이 없으면 말짱 꽝이고 그 돈을 벌기 위해선 내 노동력마저 상품으로 내놓아 계속 팔지 않으면 그 물건을 살 수 없는 저주 말이죠. 의식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집인데, 그 집도 상품으로 거래하는 게 저는 마뜩잖습니다. 그 상품을 사고 관리하기 위해 늙어서까지 일하기도 싫습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남녀 모두 70살 넘어야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늙어죽을 때까지 일하지 않기 위해서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야겠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손으로 집을 짓는 일이 가능성보다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적잖을 듯합니다. 단행본 <내 손으로 짓는 내 집>에서 저자 권길상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작이 반이다.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고 실제로 부딪히면 누구나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실제 기술적으로도 그렇게 어렵지만 않다는 것을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나무집은 튼튼하지 않을 거라고요? 2016년 경북 경주 지진으로 인명 피해가 나자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 ‘지진방재 종합대책’이란 걸 발표했습니다. 핵심 내용은 내진 설계 의무 대상 건축물의 연면적을 기존 500㎡ 이상에서 200㎡로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다만 나무로 지은 건축물은 기존 기준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목구조 주택이 상대적으로 지진에 강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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