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표지이야기 ‘순간의 아파트가 평생을 좌우했다, 집에 인생 건 2030’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두 개의 포털 사이트에 달린 댓글이 3천 개가 넘습니다. 청년 세대가 ‘로또’ ‘비트코인’이 돼버린 아파트 한 채에 미래를 거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게 나라냐”고 한탄하는 댓글이 주를 이룹니다. “정말 좋은 세상이 왔다. 일할 필요가 없다”는 어느 누리꾼의 풍자에 쉽사리 웃을 수 없었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집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는 어느 누리꾼의 고백에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전자우편으로 의견을 보내준 이들도 있습니다. 어느 40대는 “요즘 20대, 30대는 (가격의) 상투 안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고, 어느 공인중개사는 “개인별 평생 얻을 수 있는 부동산 양도소득액 한도를 설정하고 한도 범위를 초과하는 양도소득액에 한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대안을 보내왔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기사를 쓰는 것이 기자들의 바람이지만 기사에 달린 수천 개의 절망과 분노와 허탈감을 보고 나니 씁쓸한 마음이 더 컸습니다.
기사는 제 이야기에서 출발했습니다. 30대인 남편은 언제부터인가 회사 동료들과의 대화 주제가 주식과 가상화폐에서 부동산으로 바뀌었다고 했습니다. 집이 보금자리가 아니라 수익률 높은 투자 상품이 돼버린 겁니다. 제 주변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집값이 올라서 벌었다는 액수만 “8억원” “6억원” “2억원”으로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2년 전 단 한 번의 부동산 거래로 인생이 엇갈린 사람들’을 찾아 인터뷰하는 과정은 다른 기사에 견줘 ‘의외로’ 쉬웠습니다.
아직 서울에 집을 사지는 않았지만 머잖아 사겠다는 ‘대기 수요’도 많습니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부동산에 관심 많은 28살 김현성(가명)씨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개월 전 유튜브를 보다 아파트에 관심 가지게 된 그는 “(서울의 높은 아파트 가격에) 특별히 분노하거나 절망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주가처럼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은 추세’라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조건에서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부모님과 사는 그는 300만원대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부모님 지원 없이 이르면 5년 안에 집을 사는 게 목표입니다. “플랜A와 플랜B도 있다”고 했습니다.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인 플랜A는 5년 안에 서울 어딘가의 비브랜드 아파트 10평대를 대출 1억~1억5천만원 끼고 사는 것이고, 결혼했을 경우인 플랜B는 15년 안에 서울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 15년 된 브랜드 아파트를 대출 30% 받아 사는 것입니다. 그의 뚜렷한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들으며 ‘20대의 꿈이 아파트라니’ 하고 잠시 꼰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이윽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쩌면 저도 현성씨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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